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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도 훨씬 전 제나라 선왕이 맹자를 만나 "신하가 임금을 시해하는 것이 옳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맹자가 대답하길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 도적)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 잔인)이라 하며, 잔적(殘賊)을 하찮은 사내(一夫)라고 합니다. 하찮은 사내(一夫)인 주(왕)를 베었다는 말은 들었으나,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관악 사회대 학생회는 이 사건을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성폭력 가해자, 평범한 필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 위대한 인권변호사이자 민주투사, 한평생 약자를 위해 살아온 시민운동의 거두, 3선의 거물 정치인 서울시장이 죽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바 없다. 그러나 고 박원순 시장의 장례는 전례 없이 서울특별시장(葬)이라는 이름으로 공공기관인 서울시가 주관하여 진행되었다.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움직이는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조문행렬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고인은 훌륭한 인생을 살아오셨으며, 평생 약자를 위해 살아오신 분이다.’‘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말로 박 시장은 우상화 되었다. 그 우상의 그림자 뒤에는 그가 한 평생을 바쳤다는 권력의 피해자, 권력의 희생자, 힘없는 이, 약자가 가려져 있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권력에 짓눌려 성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했음에도 피해를 호소하기 어려워했고, 겨우 용기를 내어 고충을 호소했음에도 서울시는 수년간 피해자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가해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피해자가 피해자라고 불리지 못하고 피해 호소인이라는 기묘한 명칭으로 불리는 이 홍길동전 같은 상황은 권력과 진영논리 앞에서 그들이 평생 입에 올린 인권이란 그저 정치적 도구였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박원순이라는 이름을 가리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고 가해자가 만인의 지탄을 받았을 성추행 사건이 박원순이라는 이름이 추가되자 가해자는 숭고한 위인이 되고 피해자는 ‘겨우 그런 일로 고소하는 사람’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되었다. 죽어서도 상황을 바꾸어 버리는 그 이름 석 자의 위력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이에 우리는 한 줌 권력에 매몰되고 편협한 진영논리에 갇혀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2차 가해를 일삼는 이들에게 당장 저열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우리는 피해자에게 한없는 지지를 표명한다. 부디 사회가 성추행자에게는 엄벌을 내리고 피해자에게는 위로와 지지를 건네는 지극히 평범한 상식으로 운영되기를, 또한 우리 관악 사회대 학생회가 그러한 상식을 지키는 곳으로 기능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0. 08. 07

 

진보의 요람
제38대 관악 사회대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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