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긴급사태 선언’… '도쿄탈출' 해시태그 확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등 7개 지역에 1개월간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도쿄=EPA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 코로나19와 관련해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대책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에서 다음달 6일까지 1개월간 도쿄도, 오사카부, 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효고·후쿠오카현 7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당초 8일 0시 발효될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날 중 곧바로 관보에 게재해 시행하는 식으로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국적으로 (코로나19의) 급속한 만연으로 국민 생활 및 국민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긴급사태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7개 도·부·현 지사는 △주민의 외출자제 요청 △소유주 동의 없이 토지·건물의 임시의료시설 사용 △의약품 수용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긴급사태 선언에 따라 일본 거주 교민·유학생에게 불요불급한 외출을 자제하도록 요청했다.
주일 미군사령부는 아베 총리 선언에 앞서 이날 오전 먼저 긴급사태를 발령했다.
주일미군사령부는 트위터를 통해 도쿄 등 수도권이 속하는 간토 지방의 미군기지에 공중위생긴급사태를 발령한 사실을 전하며 “각 기지 지휘관에게 시설 내 군인, 민간인, 군무원의 건강보호 대책을 위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주일 미국대사관은 지난 1일과 3일 재일 미국인의 즉시 귀국과 잔류 시 14일분의 식량·의약품 비축을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임시 각료회의도 열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사상 최대인 108조엔(약 1213조9200억원) 규모의 긴급경제대책을 결정했다. 2009년 4월 리먼 쇼크 직후 역대 최대였던 경제대책(56조8000억엔)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지난 2~6월 중 월 소득이 감소한 가구에 가구당 30만엔(337만2000원)이 지급된다.
아베 총리의 긴급사태 선언과 맞물려 도쿄 탈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긴급사태 선언과 관련해 “트위터에서는 ‘도쿄탈출’이라는 해시태그가 확산하고 있다”며 “바이러스가 지방으로 퍼지면 새로운 클러스터(감염자 집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어 전문가들이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감염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에서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감염시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시즈오카에서는 귀향했던 10대 여자 대학생이 가족 4명을 감염시킨 사례도 있었다.
감염을 피해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피난 가는 소위 ‘코로나 소개(疏開)’가 현실화하면서 해당 지역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감염 증가로 도쿄도나 오사카부 등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여행하거나 일정 기간 체류하는 사람이 눈에 띄고 있다”며 “전문가가 감염 확산 위험을 지적하고 있어 각지에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의 광역지방자치단체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중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은 시마네·돗토리·이와테 3개 현으로 모두 상대적으로 공업이 덜 발달한 지역이다. 히라이 신지(平井伸治) 돗토리현 지사는 6일 코로나 소개에 대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희박하다는 이유의 이동이나 관광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마루야마 다쓰야(丸山達也) 시마네현 지사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소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도쿄 등의 주민에게 불요불급한 왕래를 자제하도록 요청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