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개학이 화 불렀다···'코로나 방역 모범국' 싱가포르 추락
방심이 화를 부른 것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꼽히던 싱가포르가 확진자 급증으로 위기에 처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 기준 싱가포르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2299명(사망자 8명)이다. 전날보다 191명 증가했다. 사흘 연속 하루에 200~3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인구는 약 585만명에 불과하다.
지난달 26일 개학을 강행한 싱가포르의 한 학교 매점에서 학생들이 거리를 두고 줄을 서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한 유치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개학 결정을 철회하고 재택학습으로 전환했다.[연합뉴스]
싱가포르는 전 세계가 주목한 ‘방역 모범국’이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확진자가 166명에 그쳤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싱가포르와 대만‧홍콩 3개국이 신속하고 기민하게 대처해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았다고 호평한 바 있다.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섣부른 개학이 실패로 돌아가면서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강행했다. 옹 예 쿵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은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개학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불과 2주일 만에 개학 결정을 철회했다. 개학 후 이틀이 지난 지난달 25일 한 유치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싱가포르 정부는 개학 결정을 원점으로 되돌려 다시 재택학습으로 전환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들에서 집단 감염이 속출하고, 감염 경로 추적이 어려운 확진자들까지 발생하면서 싱가포르는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싱가포르는 더욱 강력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고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외신이 11일 보도했다.
우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나섰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선 슈퍼마켓‧편의점‧쇼핑몰에 들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싱가포르(ESG)와 싱가포르 관광위원회(STB)는 공동 성명을 내고 “쇼핑몰과 슈퍼마켓 등은 다른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청(NEA)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NEA와 지정 사업자가 운영하는 40개 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마스크 미착용자는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코 분 완 교통부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마을센터 등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마스크를 수령하라고 권고했다.
또 로런스 웡 국가개발부 장관은 모든 해변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칙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엄격히 지켜진다면 대부분의 장소를 열어놓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점점 더 이를 잘 해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더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방역 모범국 대만과 홍콩 역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홍콩의 확진자 수는 지난달 1일 100명이었으나 지난 1일 766명으로 한 달 사이 7배 이상 급증했다. 현재 확진자는 1000명(사망 4명)에 이른다.
대만 역시 지난달 1일 확진자가 40명이었으나 현재 385명(사망 6명)으로 늘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