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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어린이 교통안전을 대폭 강화하고 교통사고 발생시 운전차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애용을 골자로 하는 일명 '민식이법(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 '민식이법' 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에 개정된 이른바 ‘민식이법’을 다시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에 동참한 이들이 2일 27만명을 넘어섰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에서 김민식군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발의됐다. 두 달 뒤인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민식군의 부모가 출연해 조속한 법안 통과를 호소했고, 이후 동조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국회는 ‘국민과의 대화’ 22일 만에 법안을 처리했다.

민식이법은 국회 통과 직후부터 “여론에 등 떠밀려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논란이 있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스쿨존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후자가 논란의 중심이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민식이법 중 특가법은 스쿨존 내에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치어 사망하게 한 경우 그 운전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운전자가 정상적으로 운전하다 스쿨존에서 사고가 나도 가중 처벌 받는다’는 주장이 나돌지만, 사실이 아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안에 없던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사고를 낸 경우)’라는 단서가 붙었다. 스쿨존 내에서 30㎞를 넘겨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등에 한해서만 가중 처벌된다는 의미다.

이런 단서조항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음주 또는 약물을 하고 운전을 해 사망 사고를 냈을 경우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을 선고받는데,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사고도 이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한다. 국민청원을 올린 사람은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로 간주하는데, 이러한 중대 고의성 범죄와 순수과실범죄가 같은 선상에서 처벌 형량을 받는다는 것은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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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 엄마 박초희 씨, 아빠 김태양 씨가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민식이법),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통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정주백 충남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법 원칙 중에는 ‘체계 정당성의 원리’라는 게 있다. 책임에 따라 형벌도 그에 비례해서 높아져야 하는데, 특정 법 조항만 형벌이 높다면 체계 정당성의 원리에 안 맞는 것이다.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헌법재판소가 그 원리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식이법에 규정된 형벌은 ‘과실’과 ‘고의’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강간과 같이 고의성 있는 범죄의 형벌이 3년 이상 징역이다. 스쿨존 내 사고의 경우 과실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 경우에도 3년 이상 징역이라면 균형이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고의와 과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책임보다는 결과로 형벌을 내리는 등 법 원칙이 무너지는 모습이 최근 많이 보인다”며 “형량을 높이는 것보다 스쿨존 내 주정차를 못 하도록 범칙금을 높이는 등의 조치가 사고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전원 교수도 “민식이법의 입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김영란법’처럼 처벌을 하지 않다가 처벌을 할 경우엔 효과가 크지만, 기존에도 처벌했는데 단순히 가중 처벌하는 것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존 형벌 체계로도 판사의 판단에 따라 더 엄중하게 처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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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에 개정된 이른바 ‘민식이법’을 다시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에 동참한 이들이 2일 27만명을 넘어섰다. 민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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