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결국 백기 투항… “전 가구에 100% 지급” 최종 동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굳은 표정을 지은 채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급재난지원금 100% 지급을 반대해 온 기획재정부가 ‘전 가구 지급, 고소득층 기부’ 방안에 최종 동의했다.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20여일간 소득 하위 70% 가구 지급을 외치던 기재부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압박에 결국 백기투항한 셈이다. 당국마저 합의하면서 재난지원금은 야당 찬성 시 전 가구에 지급될 예정이다.
기재부는 23일 “최근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상위 30%를 포함한 국민께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대안이 논의됐다”며 “대안에 당정청 간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여당과 정 총리는 전날 국내 가구 100%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고소득층이 자발적 기부하며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의 동의에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공식적인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사의 표명까지 하며 합의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정 총리는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결국 기재부는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동의 의사를 밝혔다. 기재부가 주도해 지난달 30일 소득 하위 70%에 대한 지급안을 발표한 지 24일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다만 여전히 과제는 많다. 전 국민 지급에는 약 13조원이 필요하다. 2차 추경안보다 3조~4조원이 더 필요한데 기재부는 “추가 재원 소요는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며 나랏빚 증가를 예고했다. 고소득층이 기부를 하면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일 수 있지만, 사전에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 자칫 깜깜이 예산 운용이 될 수 있다.
고소득층 기부의 경우 재난지원금을 국가 등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법정기부금’으로 보고, 15%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결국 고소득자 세금 공제도 설계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가구당 지급이고, 세금은 개인 기준이기 때문에 가구원 중 누구를 공제할지 정해야 한다. 소득이 없어 세금을 내지 않는 기부자는 ‘공제’를 받을 수 없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재난지원금 신청도 서둘러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전 가구 100%’ 지급으로 최종 결정돼도 신청 절차가 쉽지 않다. 정부가 가구원 구성 등에 대한 최근 정보를 일괄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신청→대상자 정보 입력→최종 지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청 과부하, 대상자 누락 등이 발생하면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 특히 고소득자 기부 방안이 확정되면 자발적 미신청과 신청 후 기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절차들을 고려하면 재난지원금은 빨라야 5월에나 지급될 전망이다.
세종=전슬기 기자, 조성은 기자 sgjun@kmib.co.kr
모양새가 좀... 정부정책은 한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아쉬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