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총선' 외신 주목…"한국, 무엇이 가능한지 또 증명"
'1m 이상 거리 두고 줄을 서주세요'(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울산시 중구 약사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거리를 둔 채 줄을 서 있다. 2020.4.15 can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프랑스 등 다수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선거를 연기한 가운데 한국에선 예정대로 15일 총선이 실시되자 외신들이 한국의 총선 상황에 관심을 두고 집중 보도했다.
BBC방송은 홈페이지에 한국의 총선 소식을 주요 기사로 소개하며 한국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투표장을 찾는다고 보도했다.
또 유권자들은 투표장 앞에서 1m씩 떨어져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다음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착용한 뒤 체온을 측정해야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다며 꼼꼼한 방역 절차를 소개했다.
각 유권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설치한 표식에 맞춰 서서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은 일부 비평가들이 투표가 혼돈 속에 치러질지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사전투표가 차분하게 치러진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또한 사전투표율이 2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감염 공포가 투표 참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BBC는 이번 선거에서 만 18세 유권자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됐다는 점도 소개하면서 서울역에서 만난 이들은 투표권 행사에 모두 흥분한 듯 보였으며 세계적 대유행병도 이들을 방해하지 못했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선거 유세 분위기는 상당히 바뀌었다는 설명도 더했다.
선거 기간이면 시끄러운 스피커를 단 승합차가 창문 밖에서 큰 소리를 내고, 후보들과 직원들은 곳곳에서 소리를 지르는 요란하고 소란스러운 풍경이 펼쳐지나 올해는 대규모 집회 대신 마스크를 쓴 채 먼 거리에서 유권자들과 만나고, 주먹이나 팔꿈치 인사로 악수를 대신했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 1월에는 경기 둔화와 일자리 창출, 북한과의 대화 교착이 정치적 대화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주를 이룬다며 코로나19가 유세 내용도 바꿨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번 선거가 국내 재확산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현재로선 한국이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무엇이 가능한지를 또 한 번 증명하려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에서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진 이래 가장 큰 선거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의 바이러스 선거가 다른 국가 지도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일부 주가 대선후보 경선을 미루고, 프랑스는 감염자 수 폭증으로 지방선거를 미룬 상황에서 한국이 선거를 치러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15개 이상 주에서 대선 경선이 연기됐으며 프랑스는 지난달 치른 지방선거 1차 투표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자 결국 2차 투표를 미뤘다. 폴란드도 5월 10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우편투표로 진행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여당이 대승하면 일본이나 싱가포르처럼 선거를 치를지를 고민하는 정상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선거를 진행할 정치적 이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위기 컨설팅 전문업체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미하 흐리베르니크 아시아 리스크 분석 담당 수석은 한국 총선은 세계에 팬데믹 사태 속에 투표가 가능하며 위기에 잘 대처한 지도자에게는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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