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봉쇄에 전 세계 '콘돔 비상'…"이미 물량 1억개 부족"
말레이시아의 세계 최대 콘돔업체 카렉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 18일부터 이동제한 명령을 내렸더니 전 세계 콘돔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콘돔 생산업체인 카렉스(Karex) 말레이시아 3개 공장이 이동제한령에 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1988년 말레이시아 조호르에서 출발한 카렉스는 미국, 영국, 태국 등에도 생산기지를 설립해 2016년부터 연간 50억개의 콘돔을 생산해 전 세계 130여개국에서 판매한다.
카렉스는 글로벌 콘돔 브랜드 듀렉스 등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 납품을 하는 등 전 세계 콘돔 생산량의 약 20%를 맡고 있다.
특히 카렉스는 에이즈 방지사업 등을 펼치는 정부·국제기구·NGO 단체에도 콘돔을 공급한다.
카렉스가 일주일 넘게 콘돔을 단 1개도 생산을 하지 않으면서 이미 1억개의 콘돔 물량이 부족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고 미아 키앗카렉스 최고경영자(CEO)는 “오늘 정부로부터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지만 공장 재가동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동제한령 면제 인력이 50%라서 기존 대비 절반의 인력으로 최대한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콘돔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아프리카의 각종 인도주의적 프로그램의 콘돔 공급은 2주, 1개월 정도 부족한 것이 아니라 몇 달씩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키앗 CEO는 “콘돔 수요는 여전히 매우 강하다. 좋든, 싫든 콘돔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같은 시기에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2161명, 사망자는 26명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동제한 명령을 지난 18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발령했다가, 4월 14일까지 2주 더 연장했다. 이 때문에 말레이시아 시민은 생필품 구매, 병원 방문 등을 제외하고는 외출이 금지돼 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