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5주 연기 후폭풍… 9월 신학기제 도입 힘받나
코로나19로 전국 학교 개학이 5주간 미뤄진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중·고교의 예정된 4월 말 중간고사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갑론을박이 제기되는 가운데 서울 주요 대학들은 잇따라 온라인 강의 기간을 연장하기로 해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등록금 재산정’ 요구가 커지는 추세다. 정치권에선 이참에 9월부터 새 학년을 시작하는 ‘가을 학기제(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광주의 한 대학교 강의실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연합뉴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9월 신학기제 도입 주장은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개학 연기에 따라 국제적 기준에 맞는 신학기제를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더미래연구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개혁성향 의원그룹인 ‘더좋은미래’ 산하의 싱크탱크다. ‘친문(친문재인) 핵심’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틀 뒤인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3월에 개학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밖에 없다”고 적으며 9월 신학기제 도입 주장에 힘을 실었다.
9월 신학기제는 초·중·고교부터 대학까지 9월에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제도다. 여름방학이 길어져 새 학년을 위한 준비기간을 충분하게 가질 수 있고, 애매한 2월 봄방학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다른 선진국과 학기가 일치하게 돼 교류, 유학 준비도 수월해진다.
다만 정부의 각종 시험, 기업 채용 시기도 이에 맞춰 변경돼야 한다. 앞서 한국교육개발원은 9월 신학기제 도입 비용을 최대 10조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김 지사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당장 시행하자는 제안은 아니었다. 반드시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개학일이 또다시 연기되면 9월 신학기제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선 학교에선 이미 개학 연기로 인한 각종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학기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라고 권고했지만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학생·학부모의 반발이 이어지자 황급히 ‘중간고사를 쳐도 된다’고 재안내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4월6일 개학해도 학사일정에 무리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서강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도 온라인 강의 기간을 2주 더 연장하고 다음 달 중순부터 강의실 수업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학생회를 중심으로 “변동된 교육환경에 따라 등록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등록금을 재산정하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