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60만 ↑…"문재인 탄핵" 목소리 급 폭발한 이유
"문재인 대통령을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탄핵을 촉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6일 하루 동안에만 6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그간의 정치적 청원들이 성향에 따른 양상을 보여왔다면, 이번 청원은 결이 다르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폭발적인 동의를 끌어낼 수 있었던 건 사안의 중대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청원은 지난 4일 게재됐다. 이날은 전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를 시행한 것과는 달리 우리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외국인에 한해서만 '제한적 조치'를 한다고 발표한 날이다.
이에 뿔난 한 누리꾼이 "우리나라는 허울뿐인 입국금지 대책만 내어놓고 실질적인 대책은 전혀 내어놓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국민 보호'"라며 청원을 게재했다.
이 청원은 지난 3주간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난 25일을 기점으로 청와대의 답변 요건(20만명)을 충족했을뿐 아니라 26일 하루 동안에만 약 6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당 청원이 단순히 '반(反)문재인' 층에서만 동의를 끌어낸 건 아니라고 본다. 코로나19와 관련, 중국에 대한 정부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여권 지지층도 자극했을 거라는 해석이다.
지난 25일 중국 일부 공항에서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검역이 강화되고 격리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정부가 도리어 '자신에게 칼을 꽂은 모양새'가 되면서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분노를 느꼈을 거란 것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인 입국 통제로 국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그게 (청원 참여자가 늘어난) 결정타"라며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했지만, 우리만 일방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새가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 평론가는 "야당이 계속 중국인 입국 금지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했지만, 국민은 그간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중국이 적반하장 태도로 나오니 체감한 것"이라고 했다.
2019년 5월 드루킹 사건 당시 탄핵 청원보다 동의자 약 3배
지난해 5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 탄핵 청원 글이 처음으로 게재된 바 있지만, 해당 청원은 청와대의 답변 요건만 채우는 규모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관계자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그 당시 청원은 보수층이 주도했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설화가 잇달으면서 여권 지지층의 실망감을 더 키웠을 거란 분석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구 봉쇄' 논란으로 26일 대변인직을 내려놨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같은 날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국민이 분노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 지지자도 해당 청원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데일리안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