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픽셀4’는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카메라… 삼성·애플·화웨이 위협

"빛나는 달과 달 아래 펼쳐진 풍경은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 심지어 소비자용 SLR(일안 반사식·Single-Lens Reflex) 카메라로도 동시에 촬영할 수 없었습니다. 밝기 차이가 약 50만배에 달하기 때문에 달을 잡으면 아래쪽 풍경은 실루엣만 보였죠. 하지만 ‘픽셀4’는 머신러닝(기계 학습) 등 4가지 기술을 활용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이제 밖으로 나가서 예술가가 되세요."

1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하드웨어 공개 행사(made by google) 현장. 연단에 오른 마크 르보이(Marc Levoy) 스탠퍼드대 교수(구글 AI 엔지니어)가 구글 스마트폰 신제품 ‘픽셀4’의 카메라 기능을 설명하자 청중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마크 르보이 스탠퍼드대 교수가 1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하드웨어 공개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그가 대형 스크린에 띄워 소개한 사진엔 밤 하늘의 별, 아래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 뒤편에 조명이 켜진 붉은 색 텐트까지 뚜렷하게 잡혀 있었다. 이날 공개한 스마트폰 신제품 픽셀4로 촬영한 사진이다. 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로 구현된 결과물이다. 사진을 촬영할 때 이중 노출 콘트롤 등 4가지 기능이 실시간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물을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촬영한 후 별도의 보정도 필요 없다.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카메라… 삼성·애플·화웨이 위협

르보이 교수는 이를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카메라(software-defined camera)’라고 설명했다. 머신러닝 등 소프트웨어 기술로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카메라란 뜻이다. 순간적으로 여러 장의 이미지를 촬영해 합성하고 AI(인공 지능) 기술로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기존 광학 이론의 틀을 깼다. 셔터 버튼을 누르기 전 촬영자가 눈으로 보는 이미지(뷰파인더)를 고화질(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로 시뮬레이션 해 보여주는 기능까지 갖췄다.

IT 업계 반응도 뜨겁다. 미국 IT 전문 매체 씨넷(Cnet)은 "이것은 스마트폰의 미래(this the phone of the future)"라고 평가했고, 테크크런치는 "구글이 좋은 사진의 정의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했다. 주제(피사체), 조명, 하드웨어(카메라, 렌즈) 등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세 가지 요소 중 주제를 제외한 나머지를 소프트웨어로 대체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인묵 DG랩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사진은 이제 광학 기술이 아니다. 구글 픽셀4와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사진 조작 기술 차이는 2년 이상으로 벌어진 것 같다"며 "구글이 하드웨어를 애플만큼 만들진 못 하지만, AI 가속칩과 머신러닝으로 만들어낸 결과는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압도적인 소프트웨어 성능을 앞세운 구글이 향후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현재 구글 픽셀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가 안 되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워 점차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삼성, 화웨이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폴더블폰 등 하드웨어 개선에 집중하는 사이 구글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워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폴더블폰의 경우 디스플레이 부품 때문에 가격이 비싼데, 소프트웨어 중심 혁신 제품은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픽셀4의 가격은 799달러(약 95만원)으로 갤럭시 폴드(1980달러, 약 235만원)의 40%, 화웨이 메이트X(2299유로, 약 300만원)의 3분의 1 가격이다. 삼성, 화웨이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 운영 시스템(OS)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화웨이의 경우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로 새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픽셀4는 ‘솔리(Soli) 레이다’라고 이름 붙인 레이더 센서를 탑재한 첫 번째 스마트폰이기도 하다. 이 센서를 이용해 안면 인식 후 잠금을 해제하는 속도가 애플 아이폰은 물론 현재 존재하는 스마트폰 중 가장 빠르다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이용자의 생체 정보는 외부에 공유되지 않고 스마트폰에만 저장된다. 스크린을 건드리지 않고 손동작으로 알람을 해제하거나 전화벨을 진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모션 센스 기능, 영어로 음성을 메모(녹음)하면 실시간으로 이를 문자로 전환해주는 기능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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