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역설…나이롱환자 줄자 실적 좋아진 손보사
손해보험사들이 상품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악화로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예상보다 양호한 1분기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코로나19(COVID-19)의 여파로 보험금 청구와 교통사고 등이 감소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전반적으로 전년 동기보다 실적이 하락한 가운데 채권매각 등 자산운용 전략에 따라 일부 보험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의 역설…실적 선방한 손보사
손보사들은 코로나19의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교통사고가 줄고, 보험금 누수의 주범인 나이롱환자(가짜환자) 감소한 게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현대해상은 1분기 당기순이익 8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고, DB손해보험도 1375억원으로 38.7% 늘었다.
메리츠화재는 1분기에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3.6% 급증한 1076억원을 기록했다.
적자에 시달리던 한화손해보험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34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4분기 765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차량 이동량과 병원 방문이 감소하면서 손해율이 개선됐다”며 “영업 측면에서도 대면 영업이 위축돼 사업비가 감소하는 등 단기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화학공장 화재 등 대형사고로 인한 일회성 손실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떨어졌다. 삼성화재는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9% 감소한 164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공장 화재 등 일반보험의 일회성 손실을 제외하면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생보사, 자산운용 전략 따라 희비교차
저금리로 고전이 예상됐던 생보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시장이 급변하면서 각사의 자산운용 전략에 따라 희비가 교차했다.
생보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대부분 변액보증 준비금 적립이 늘고, 주식 손상차손 등이 발생했다. 순이익이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채권매각 등 투자 이익을 내는 전략에 따라 실적이 갈렸다.
삼성생명은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22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 감소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채권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대한 보수적인 자산운용 전략을 유지했다”며 “1분기에는 일부 자산 수익성에 영향을 받았지만 4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도 삼성생명과 비슷한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121억원으로 57.2% 줄었다.
반면 적극적인 채권 매각에 나선 한화생명은 1분기에 당기순이익 478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4분기 당기순손실 396억원으로 적자였다. 한화생명은 1분기에 3500억원대 채권매각이익이 발생했다.
동양생명도 외환파생평가이익이 발생해 1분기에 호실적을 달성했다. 동양생명은 1분기 당기순이익 6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6% 급증했다.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