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풀렸지만 재래시장은 침울…정부, 카드 단말기 설치현황도 파악 못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진행되고 있는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 자리한 상점에 재난지원금 사용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장세희 기자] "언제 장사를 접게 될 지도 모릅니다. 사업자 등록하고 단말기 설치하는 건 생각도 못하죠." "오늘 팔아서 내일 물건을 떼어와야하는데…온누리상품권은 받지만, 카드는 안 받아요."
정부가 내수 소비 진작과 지역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의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사용 등을 제한했지만, 막상 재래시장에서도 수혜를 기대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사업자 등록이나 카드 단말기 설치 없이 장사하는 영세상인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에 앞서 별도의 재래시장 카드 단말기 설치 현황을 조사하거나, 상인 대상의 안내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복수의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주 정부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카드 포인트 형태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지원금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이나 유흥업종, 사행업종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귀금속이나 상품권 매장에서도 쓸 수 없도록 했다. 지원금이 소상공인 매장 위주로 풀려 내수 진작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막상 지원금 포인트가 지급된 카드로는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매출 규모가 작고 비정기적으로 매대를 운영하는 등의 이유로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카드 결제 단말기 역시 설치하지 않은 상인이 많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전통시장 내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 비율은 70% 수준이다. 그러나 이 경우 조사 대상이 상설 매대 상인 등으로 제한적인데다가, 조사 시점 역시 2년 여 전으로 최근 상황과 괴리가 크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금남시장의 한 상인(65·남)은 "매장 없는 노점은 현금이 없으면 물건을 떼어올 수 없는 소규모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카드 결제 단말기가 없다"면서 "도매상에서도 상품권(온누리상품권)은 받기 때문에 취급할 수 있지만, 나이 많은 영세 상인 입장에서 갑자기 단말기를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의 또 다른 상인(70·여)도 "찐옥수수 한 봉지도 카드로 계산하겠다는 손님들이 많아졌는데, 단말기가 없어 못 팔 때도 있다"면서 "하루 매상이 5만원도 안 될 때가 많은데 카드를 취급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상백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 지회장은 "노점상은 대부분 무등록 점포이고, 매출에 따라 이튿날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재난지원금 덕에 시장에 사람이 유입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카드 포인트로 지급되면서 매출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교수는 "연간 시장에서의 영업을 중단하는 상인들 수도 적지 않고, 전통시장의 단말기 수요 및 보급현황 조사도 오래돼 사실상 현황 파악이 안 돼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와 매출이 급감한 계층을 생각하면 이들과 연결된 전통시장에서 현금이 빨리 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