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아들 시신’ 장롱에 넣고 여성과 수일간 생활한 용의자
서울 동작구의 한 빌라 장롱 안에서 비닐에 싸인 시신 2구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중이다. 이들은 할머니와 손자 관계로 파악됐다. 사진은 28일 오후 사건 현장 앞에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70)와 초등학생 손주(12)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유력 용의자인 40대 남성을 검거했다. 숨진 할머니의 아들이자 아이의 아빠인 이 남성은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장롱 속에 넣어둔 채 범행 장소에서 한 여성과 수일간 생활해왔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모친과 아들을 살해하고 도주한 A(41)씨를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30일 오전 4시25분쯤 서울의 한 모텔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시신이 쌓여 있던 비닐에서 A씨의 지문이 3건 검출되자 그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추적해왔다.
배달업에 종사하던 A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알게 된 후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했지만 3일 만에 서울 시내 한 모텔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직후 두 사람의 시신을 장롱에 넣어둔 채 여성 B씨와 수일간 지내다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나자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당시에도 A씨는 B씨와 함께 있었다. 경찰은 B씨가 범행에 가담하진 않았지만 도피생활을 도운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체포해 조사 중이다. B씨는 A씨가 저지른 범행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강력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해 12월 출소한 뒤 독립에 필요한 돈 문제로 어머니와 다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어머니를 맨손으로 목 졸라 살해한 뒤 아들이 혼자 살 수 없을 것 같아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다는 취지로 범행 일체를 시인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7일 상도동 빌라에서 비닐에 덮인 할머니와 손자의 시신을 발견하고 수사에 나섰다. 시신은 아이가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연락을 학교 측으로부터 통보받은 큰 며느리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면서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수색하던 중 장롱에서 비닐에 싸여 있는 시신 두 구가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상태로 보아 두 사람이 2개월 전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외상이 없고 질식 가능성이 크다는 1차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이르면 1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