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세탁해 한달 쓰는 마스크 개발… "내달 하루 5만장 생산"
국내연구진이 세탁해서 한 달간 쓸 수 있는 신소재 기반의 마스크 개발에 성공했다. 식약처의 허가가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경우 한 달 내에 본격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며, 4월 중에는 하루 평균 마스크 생산량도 5만장 수준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김일두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직경 100~500nm 크기를 갖는 ‘나노섬유’를 직교 혹은 단일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독자기술 개발을 통해 세탁 후에도 우수한 필터 효율이 잘 유지되는 나노섬유 멤브레인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나노섬유는 지름이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한 초극세실로, 나노실을 활용할 경우 섬유를 현재보다 100분의 1 정도로 가늘게 만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소재를 기반으로 만든 필터가 제 기능을 발휘할 경우 1회용 마스크 대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열형 나노섬유 필터가 삽입된 면마스크 사진. /KAIST 제공
김일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절연블럭 전기방사법은 나노섬유의 배향성(Alignment)을 제어해 직교 형태의 나노섬유를 제조할 수 있는 공정이다. 이 직교 형태의 나노섬유는 공기필터의 압력강하를 최소화하고 여과 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기존 방식의 공기필터는 고분자 소재를 멜트블로운(Melt-blown) 공법으로 방사한 후, 고전압에 노출시키는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정전식 섬유필터는 섬유 표면에 형성된 정전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소실되는 문제점이 있어 공기필터의 초기 성능을 완전하게 보전할 수 없다. 또 수분이나 물이 닿으면 정전기 기능이 사라져 필터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같은 문제 때문에 1회용 보건마스크의 재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김일두 교수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직교 나노섬유 기반 마스크는 에탄올 살균 세척 실험 결과 20회 반복 세척후에도 초기 여과 효율을 94% 이상 유지해 여과 성능이 잘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20회 손빨래 후에도 나노섬유 멤브레인의 구조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에탄올에 3시간 이상 담가도 나노섬유가 녹거나 멤브레인의 뒤틀림 현상이 없어 에탄올을 이용한 살균·세척의 경우 한 달 이상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겉면마스크 안쪽에 필터의 삽입 교체가 가능해서 10~20회 세척 사용 후 필터를 교체할 수 있고 손세탁을 통해서도 안전한 마스크 이용이 가능하다. 이밖에 4000회의 반복적인 굽힘 테스트 후에도 KF80 이상(600nm 입자, 80% 여과 효율)의 성능이 유지되기 때문에 기계적인 내구성 또한 매우 우수하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작년 2월 설립된 KAIST 교원 창업회사인 ‘김일두연구소’는 방향성이 제어된 나노섬유 멤브레인을 52구 바늘구멍을 통해 섬유를 토출하는 롤투롤(roll-to-roll) 방식의 양산 설비를 구축했다. 이 회사는 현재 35cm의 폭을 갖는 멤브레인을 1시간에 7m 정도 생산이 가능해 하루 평균 1500장 수준의 나노섬유 마스크 필터를 제조할 수 있다.
김일두 교수는 "식약처 승인 등의 관련 절차를 거쳐 제품화한 후 곧 양산 설비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정렬된 멤브레인에 항균기능을 부여해 사용 안정성이 더욱 향상된 고품질 필터를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교수는 해당 기술의 상용화 위해 식약처에 허가를 요청할 예정이며 생산 설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통상 식약처의 허가는 40일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식약처가 우한 코로나 확산 이후 벌어진 ‘마스크 대란’ 등을 감안해 관련 규제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르면 한 달 내에 허가가 나올 수도 있다. 식약처의 승인이 떨어지면 김 교수는 현재 1500장 수준인 생산량을 최대 5만장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황민규 기자 durchma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