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무는 코로나19 감염, 국내 대유행 초입?…"장기전 불가피"
전문가들 '장기전 대비' 한목소리…일부는 '7~8월 돼야 통제' 전망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김예나 기자 =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가 전체적인 대유행 초입 단계일 수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확진자가 계속 꾸준히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간단히 끝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부 지역에서 집단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국내 첫 환자 발생 후 방역당국이 2월 23일 위기 경보를 최고수위인 '심각' 단계로 올려 총력전을 펼친 덕분에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큰불을 잡으면서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유럽 등 전 세계에서 대유행을 하며 해외유입 위험이 높아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고 경계했다. 특히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상 종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월 18일 신천지대구교회에서 31번 환자가 발생하면서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달 29일 하루에만 909명의 환자가 추가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신천지대구교회 신도 진단검사가 마무리되면서 확진자가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 14일 일일 신규 확진자수는 76명으로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신천지 관련해서 어느 정도 정리되고, 집회와 바깥 활동 자제, 휴교,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전 국민운동으로 펼쳐 확산세가 주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증가하고 콜센터 등 감염에 취약한 곳이 많아 언제 어디서든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진 국민이 알아서 잘 지켰기에 잘 버텼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계속하기는 어렵다"면서 "코로나19의 특성상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이 없거나 약한 초기에도 바이러스를 많이 내뿜어 주변에 옮긴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19에 걸리고도 증상을 못 느끼고 돌아다니며 지역사회에 전파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대구·경북의 집단감염이 진정되고 있지만, 여러 지역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전국적인 진정세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엄 교수는 "강력한 방역체계를 유지한 채 전 사회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그 결과 큰 문제 없이 하루 두 자릿수 확진자가 생기다가 일일 20∼30명 정도로 줄어들면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러려면 제일 좋은 시나리오로 이르면 5∼6월이 되어야 하고, 많은 이들은 7∼8월은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가라앉지 않고 장기화할 것이라는 말이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코로나19는 가벼운 증상에서 쉽게 전파되는, 전혀 다른 역학적 특성을 지닌 감염병으로, 단시간에 끝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중국에서 유행 후 시차를 두고 다른 나라로 유행이 번지고, 이후에 남반구로 넘어갔다가 다시 북반구로 넘어올 수 있는 등 결국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판단했다.
천 교수는 "지금은 온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해서 확진자 수가 줄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느슨해지면 신천지 같은 집단감염 사례가 안 나타나리라고 말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따라서 "특히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은 다른 곳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고, 방역당국은 검사와 역학조사 범위를 넓혀 적극적으로 감염의심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방역 최전선에서 감염차단에 힘쓰는 의료진과 관련 공무원 등 방역 업무 담당자들이 지치지 않도록 방역체계를 가다듬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현 상황을 분석, 평가하고 정책을 제안해 추진하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모란 교수는 "코로나19 초기에 의사단체가 중국인 입국 금지하자고 얘기했는데, 질병뿐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외교적 파장과 국내외 현황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그룹이나 연구소가 없어 제대로 대응조차 못 했다"면서 "감염병 관련 전 세계 동향을 평가하고 정책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