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도 못잡는 '나이롱환자'…코로나 31번 환자가 잡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입원하는 이른바 '나이롱환자'(가짜 환자)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던 국내 31번째 확진 환자(이하 31번 환자)를 계기로 지역 감염이 확산 되면서 병원 입원 자체를 꺼리는 데다 나이롱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커진 탓으로 보인다.
31번 환자 후 '집콕'…확 줄어든 교통사고
4일 머니투데이가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의 2월 주차별 사고 건수와 입원율, 합의일수 등을 분석한 결과, 3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셋째주 이후 사고 건수를 비롯해 입원 치료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
주요 손보사의 2월 전체 사고 건수는 전달이나 전년 같은 달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다. 초반에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았던 데다 셋째주에는 예상치 못했던 폭설로 사고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1번 환자를 계기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넷째주에 사고 건수가 일제히 급감했다.
삼성화재의 2월 사고 건수는 첫주 5만3098건, 둘째주 5만3669건, 셋째주 6만572 건, 넷째주 4만6391건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첫주 1만8034건, 둘째주 2만1346건, 셋째주 2만439건, 넷째주 1만5648건으로 집계됐다. DB손해보험은 첫주 1만9915건, 둘째주 2만262건, 셋째주 2만2585건, 넷째주 1만8137건으로 조사됐다. KB손해보험은 첫주 1만2980건, 둘째주 1만2985건, 셋째주 1만3906건, 넷째주 9459건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2월 18일 31번 환자가 나오기 까지 한 달 여간 지역 감염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아 사고 건수 등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31번 환자를 계기로 일부 지역에서 입원율이 10% 이상 감소하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잦아들면 다시 드러누울라…여전한 '나이롱주의보'
통상 나이롱환자의 경우 합의금을 더 많이 타낼 목적으로 입원일수를 늘리는 일이 잦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서둘러 합의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들은 본인들이 요구하는 합의금이 안 맞으면 퇴원을 안 하고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요즘 들어 먼저 합의하자고 연락이 오거나 퇴원을 서두르는 경우가 많아 진짜 치료가 필요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교통사고로 한방병원에 입원 중인 상태에서 결혼식장, 교회 등으로 외출해 수퍼 감염자로 의심받는 31번 환자가 나이롱환자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면서 교통사고 나이롱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해 보험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이롱환자를 적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나이롱환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 결국 사고 한번 내지 않는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에서 나가기 때문이다.
2월 말부터 사고건수와 입원율 등이 줄어들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여전히 걱정이 크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 나이롱환자들이 다시 병원을 찾아와 '드러눕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의 경우 통상 3년 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사고 건수나 입원율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정상화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금은 감염 우려로 입원이 주춤하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들면 나이롱 환자들이 다시 드러누울 가능성이 큰 만큼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