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무관중으로 하자"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2020 도쿄올림픽을 아예 관중 없이, 즉 무관중으로 치르자는 제안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의 지난 2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사이클 대표팀의 경기력 강화 감독인 스테픈 파크는 "도쿄올림픽을 무관중으로 하는 것이 올림픽 취소나 연기를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스테픈 파크 영국 사이클 대표팀 경기력 강화 감독 (사진=데일리 메일)
도쿄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에 개막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올림픽을 정상 개최할 것인지 아니면 취소나 연기할지를 늦어도 5월 말까지는 결정해야 합니다. 현재 코로나19는 전 세계 80개국에 퍼졌습니다. 향후 추이를 감안하면 100개국 이상으로 확산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일본 정부로서는 올림픽을 취소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 '무관중 올림픽'입니다.
무관중으로 올림픽을 치르면 IOC는 중계권 수입과 스폰서 수입에서 별로 손실을 보지 않습니다. 도쿄올림픽 준비에 20조 원 이상을 쓴 일본도 올림픽이 취소되는 최악의 경우는 피하게 됩니다. 올림픽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각국 선수들도 자신들의 기량을 펼칠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됩니다. 관중이 없으면 대규모의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선수와 임원 등 제한된 사람들만 엄격한 검사를 거친 뒤에 경기장에 들여보내면 됩니다.
코로나19를 일본에서는 '국난'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스포츠, 문화 이벤트를 취소 또는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고, 초중고에는 휴교령을 내렸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무관중'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는 일본프로야구는 개막전도 무관중으로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는 26일 후쿠시마 J빌리지에서 시작하는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도 사상 처음으로 무관중으로 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는, 한마디로 비상사태인 것입니다.
그럼 도쿄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치러질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124년의 근대올림픽 역사에서 올림픽이 관중 없이 치러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무관중 올림픽'이 될 경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먼저 입장권 수익을 무려 8천800억 원이나 포기해야 합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관중이 없는 올림픽이 과연 올림픽으로서 가치가 있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부딪혀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지구촌 축제이다. 축제의 마당에 축제를 즐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런 점에서 IOC가 무관중 올림픽을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가스가 요이치 전 일본올림픽위원회(JOC) 국제부 참사는 지난 1일 일본 방송 TBS의 정보 프로그램 <선데이 재팬>에 출연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올림픽이 연기되거나 중지되는 일은 99.99%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무관중 대회가 된다면 중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상주의자다. 4년마다 개최되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 연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내년에 올림픽이 열린다면 진정한 올림픽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IOC는 관중들이 직접 경기를 보고 느끼는 것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 무관중 대회가 된다면 결국 올림픽을 중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세계의 눈은 IOC 집행위원회가 열리는 스위스 로잔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IOC는 3일과 4일 이틀 동안 도쿄올림픽 준비 상황을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집행위원회가 끝난 뒤인 내일 새벽 2시(한국시간)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도쿄올림픽의 취소 또는 연기에 관한 입장을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권종오 기자(kjo@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