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만건 검사하는데"...미국, 코로나19 대응 논란
코로나19 검사 속도 등 진단 역량과 결과 공개에 대한 투명성으로 한국의 사례가 외신에서도 다수 인용되고 있다. 이와 비교해 세계 최대 강국 미국이 코로나19에 대해 부실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쏟아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진단 키트 대량 생산에 실패해 최초의 확진 판정이 늦어졌다"면서 "게다가 CDC만이 최종 확진 판정을 내리는 방식을 고수하는 바람에 더욱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CDC는 자체 개발해 지자체에 공급한 진단 키트가 일부 결함이 있어 최종 확진으로 승인해주기 어렵다는 이유로, CDC만이 최종 확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CDC는 중국 경유자(이후 한국과 이탈리아 추가)나 밀접접촉자만 검사 대상으로 삼는 제한된 기준을 적용해, 미국에서는 하루 400건 정도밖에 검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CDC의 최종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한 지역별 '추정 확진자'까지 포함해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02명에 불과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의 확진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확진자 수가 100명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워싱턴 주에서는 최소 6주전부터 지역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사망자 6명이 모두 워싱턴 주에서만 나올 정도로 시애틀을 중심으로 워싱턴 주에서는 지역전파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미 코로나19 확진자는 미국 14개 주에 걸쳐 나오고 있다.
자체 개발 실패 후 WHO 승인 진단키트 외면, 고의냐 무능이냐
CDC가 코로나19 검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자,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9일부터 각 지자체에서 독자적으로 진단하는 것을 승인했다. CDC도 결함이 없는 새로운 진단키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감염병 전문가 랠프 바릭은 "한국은 하루에 1만 건을 검사할 수 있는데, 미국은 그렇게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미국의 방역기구의 부실 대응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CDC는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진단키트를 개발해 세계에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는 진단키트가 독일에서 먼저 개발됐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즉시 세계에 보급하는 진단 키트로 채택했다. CDC는 뒤늦게 자체 개발한 진단키트가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뒤에도, 이미 전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진단키트를 대안으로 채택하려고 하지 않았다.
하버드 대학교 전염병 전문가 마이클 미나 박사는 "CDC가 보여준 무능은 예상 범위를 넘어선 수준"이라면서 "CDC는 자체 개발에 매달리는 대신, FDA의 승인을 받아 WHO가 사용하고 있는 진단키트를 보급할 수 있었고, 지금도 당장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의료기술을 가진 미국이 코로나19 진단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 "왜 미국에서 코로나19 진단이 보다 일찍 시작하지 못했나", "얼마나 코로나19가 미국에 퍼져있는가"라며 CDC의 대응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신문은 "가장 불편한 점은 '적절한 진단 키트를 공급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코로나 19가 미국에 확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인가'라는 의문"이라면서 미국 정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런 비판 속에 CDC의 대응은 한국이 보여주는 투명성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CDC는 돌연 코로나19 검진자 수 공개를 중단했다. 2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는 "코로나19 진단이 미국 전역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 이날부터 CDC 웹사이트에서 코로나19 검진자 수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더버지>는 "CDC 웹사이트에서 전체 검진자 수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일반 국민은 얼마나 많은 진단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많이 늘어날지 알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