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명 확진 이탈리아가 유럽 초토화"…佛 "볼키스 금지"
중국발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 이탈리아 시민이 유령 캐릭터 복장을 하고 텅 빈 밀라노 고급 쇼핑몰 한복판을 걷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코로나19의 강력한 전염력이 유럽 대륙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유럽의 우한' 이탈리아를 통해 유럽 전역과 중남미까지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기존 호흡기 전염병 대비 최대 1000배의 전염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미국은 워싱턴주를 시작으로 오리건주, 캘리포니아주로 이어지는 서부 연안 벨트의 대도시에서 확진자가 터져나오고 있어 지역사회 감염으로 전이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마침내 1000명을 넘어서며 방역당국의 초기 확산 저지가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판명 났다. 정부 집계상 누적 확진자는 총 1128명으로 이 중 29명이 사망했다. 확진자가 집중되고 있는 롬바르디아와 베네토주 등은 사실상 유럽 내 '우한'으로 불리며 세계 각국의 입국 금지 조처가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한국 대구와 함께 롬바르디아 지역에 여행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최근 이탈리아 접경 국가인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북유럽 노르웨이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청정 지역이었던 스위스와 노르웨이는 1일 정오(한국시간) 현재 확진자가 각각 19명, 15명까지 불어 해당국에서 "이탈리아가 유럽 전역에서 순식간에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스노볼(snowball)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로 최대 100명까지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돼 국가 비상사태 지경에 이르렀다. 감염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사회연대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제한된 장소에서 대중이 모이는 모든 행사를 금지한다고 천명했다. 또한 당초 1일로 예정된 파리 하프마라톤대회를 급하게 취소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는 이날 국민에게 '볼키스를 자제하라'는 권고안을 내려 볼키스 인사와 감염 위험성 간 상관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랑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친구·지인 등을 상대로 친밀감을 표시하는 프랑스식 인사법인 비즈(La Bise·가벼운 볼키스)를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비즈는 서로의 뺨을 마주 대고 허공에 가볍게 쪽 소리를 내는 인사법으로, 프랑스 방역당국은 확진자 감염 경로 조사를 통해 자국의 전통적 인사법이 감염 확산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1128명의 확진자를 양상한 이탈리아의 경우 프랑스보다 더 강한 수준의 볼키스와 포옹 인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아직까지 자국 내 인사법에 대해 별도의 제한이나 권고 조치를 두지 않고 있다.
중동 내 코로나19 '화약고'가 된 이란은 같은 날 확진자가 593명으로 상승했으며, 고위급 인사인 모하마드 알리 라마자니 다스타크 이란 의회 의원 겸 부의장이 확진 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이란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9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43명으로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호주 보건당국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에 감염됐던 78세 남성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호주에서 발생한 첫 코로나19 사망 사례다. 해당 남성은 지난달 여객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서 하선해 전세기를 타고 귀국했다가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이 무색하게 미국도 지역사회 감염 리스크를 노출시키며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공포를 키우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나 중국 우한에서 감염돼 본국으로 이송된 미국인 47명을 제외하고 29일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22명(추정 양성 환자 7명 포함)이다. 확진자 수에서는 유의미한 수치로 보이지 않지만 감염학 전문가들은 감염 경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확진자가 상당해 미국 내 지역사회 감염이 시간문제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이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