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베이 밖서도 5400명 감염… 전문가들 "中지역 다 막아야 효과"
정부가 2일 '우한 폐렴' 대응책으로 내놓은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의미한 사후약방문식 조치"라고 했다. 후베이성이 '우한 폐렴'의 진원지이긴 하지만, 이미 11일 전인 지난달 22일 봉쇄돼 이곳 방문자가 한국에 올 가능성은 거의 '제로(0)'에 가깝기 때문이다. 조기에 시행했으면 큰 방역 효과를 봤을 조치였지만,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다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구나 중국에선 매일 1만2000여명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후베이성 대신 다른 지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우한 폐렴이 크게 번진 저장(浙江)성과 광둥(廣東)성 같은 지역의 직항편 운항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정부 조치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며 "후베이성 주변 저장성, 후난성 등에서 하루 감염자가 200~300명씩 발생하고 있어 중국 전역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우한발 감염자로 시작한 전염이 중국 지역사회서 2차, 3차 감염으로 퍼지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후베이성 밖의 중국 지역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300명 이상인 곳은 6개 성에 달한다"고 했다.
중국 보건 당국 등에 따르면, 중국 내 확진자는 서울과 항저우 간 직항편이 있는 저장성에 661명, 하루 4편의 직항편이 있는 광저우시의 광둥성에 632명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허난(河南)성, 후난(湖南)성, 안후이(安徽)성, 장시(江西)성 등에 3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도 각각 180여명의 확진자가 있다. 정부는 이날 중국인의 단기 관광 비자는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후베이성 이외의 곳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한국 내 지인을 찾거나 사업 목적으로 입국할 경우 방역망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우한 폐렴' 신속 대응보다 대중 외교 관계를 우선시하다 적절한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권은 그동안 방역과 관련한 각종 제안을 "중국 혐오적 발상" "인종차별적 대책"이라며 제동을 걸었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당 회의에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이런 상황일수록 한·중 양국 국민의 혐오를 부추기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춘제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으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야당 요청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중국인 입국 금지 주장은 재난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시도이자 '외국인 혐오'"라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달 31일 라디오에 나와 "(감염병이) 중국에서 일어났다고 중국인을 혐오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주말 새 '우한 폐렴' 확진자가 늘고 세계적으로 중국 방문자 입국 금지가 대세가 되자, "정부 결정에 따르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러한 여권의 행태가 이번 늑장 대처에 한몫한 것이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등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우선 국내로 유입되는 환자 수를 줄여 우리 의료 역량이 감당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한 폐렴 대응 종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선제적 예방 조치는 빠를수록 좋고, 과하다 싶을 만큼 강력해야 한다"면서도 "과도한 불안감, 막연한 공포와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했었다. 전문가들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국민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손 씻기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3&aid=00035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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