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700원에 팔아도 남는 물티슈의 가격 비밀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한울생약 공장. 초대형 펄프가 3단계 '접기 기계'를 통과하자 100매씩 가지런히 접힌 물티슈 더미로 변신했다. 접지(물티슈를 접는 공정) 단계에서는 미세한 노즐이 물티슈액을 티슈 한 장마다 고르게 분사했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700'이 인쇄된 파란 포장 필름이 물티슈 더미를 감싸자 눈에 익은 물티슈 상품이 초당 3.5개, 분당 210개 속도로 착착 쏟아져 나왔다.
한울생약이 제조한 물티슈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의 대표 히트상품이다. 8월 29일 출시한 이 상품은 50일 만인 지난 22일까지 107만개가 팔렸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 판매된 물티슈 200만개 중 절반에 해당한다. 가격은 100매에 700원. 비슷한 사양의 물티슈보다 30% 저렴하다. 이마트에서 이제까지 출시한 물티슈 상품 중 판매 속도가 가장 빠르다. 세일 없이도 연중 700원에 파는 물티슈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꼼꼼히 알아봤다.
비결은 유통 구조 단순화와 상품 기획에 있었다. 이마트는 유통업체 이익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할인 구조로는 지속이 어렵다고 봤다. 1년 내내 싸게 팔려면 상품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마트 바이어는 국내 최대 물티슈 제조업체 중 하나인 한울생약과 직접 생산계약을 맺었다. 일반적으로 상품 수만 종을 취급하는 유통업체는 생산자와 직거래하지 않고 중간 유통업자와 계약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제조업체인 한울생약의 계열사 한울허브팜이 직접 이마트에 물건을 납품하자 물건가격 중 15%가량을 차지하는 판촉비와 유통수수료가 줄었다.
이마트가 기획 단계부터 '연간 500만개를 팔겠다'고 제조업체에 확약한 것도 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했다. 500만개는 작년 이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물티슈 브랜드 판매량(72만개)보다 7배 많다.
한종우 한울생약 대표는 "물티슈는 원자재 가격 등락에 따라 한 달 사이에도 제조원가가 30~50% 오르내린다"며 "이마트가 연간 500만개 판매를 약속하지 않았다면 국민가격 물티슈는 나오지 못했을 제품"이라고 말했다. 물티슈 주요 원재료인 폴리에스테르 가격은 국제유가에, 레이온 가격은 면화 가격과 함께 움직인다. 한울생약은 원자재를 공급하는 섬유회사, 부직포 회사 등과 협의해 원료를 저렴한 가격에 확보했다. 원자재 구입 가격을 낮춘 것만으로 제조원가가 10~15%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니 제조업체 이익이 그만큼 줄었을까. 한 대표는 "제조 마진은 업계 평균 수준인 5%가량으로 같다"고 설명했다. 제조·유통 단계에서 이미 원가를 줄였기 때문에 판매가가 낮아도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모두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제품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물티슈 50종 중 최저가다. 하지만 단순히 싸다고 팔리지는 않는다. 국민가격 물티슈는 다른 물티슈보다 한 장씩 톡톡 뽑아 쓰기가 쉽다. 물티슈와 물티슈 사이를 3번 겹치게 접는 기존 제품과 달리 4번 접는 방식을 적용해서다. "한 장만 뽑고 싶은데 줄줄 딸려나와 불편하다"는 고객 불만사항을 바이어가 제조업체에 전달했고, 한울생약 직원들은 전 세계에서 30년 이상 당연하게 써온 접지 구조를 4중으로 고안해 특허까지 냈다. 앞장과 뒷장이 겹치는 면적을 줄여 물티슈 뒷면이 길게 늘어지지도 않는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물티슈 특성상 낭비하는 부분이 없도록 장당 크기도 줄였다. 대부분 물티슈는 길이 200㎜, 폭 150㎜로 제작한다. 하지만 국민가격 물티슈는 길이 180㎜에 폭 135㎜로 딱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다. 물티슈를 만드는 원단 폭이 3240㎜여서 180㎜로 18번 자르면 못 쓰고 버리는 자투리 원단이 없다.
새로운 상품 개발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모두 이득을 봤다. 국민가격 물티슈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팔리면서 한울생약 물티슈 생산량은 작년 9월 260만개에서 올해 360만개로 34% 늘었다. 70% 선이었던 공장 가동률 역시 81%까지 올라갔다. 한울은 국민가격 물티슈가 꾸준한 매출을 올리면 고부가가치를 내는 마스크팩이나 중환자·신생아용 구강티슈 등 타 제품 개발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물티슈 상품 개발로 '집객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마트에 따르면 국민가격 물티슈 구매 고객 중 70%가 6개월간 이마트에서 물티슈를 한 번도 구매하지 않았던 고객이다. '마트에 살 게 없다'고 발길을 돌렸던 고객이 국민가격 상품 덕에 마트를 다시 찾았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물티슈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상시 초저가 제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핵심 상품을 초저가에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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