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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이 너지?”

6일 방송에서 동백의 엄마(이정은)는 철물점을 운영하는 박흥식(이규성)을 찾아가 대뜸 이렇게 물었다. 요즘 시청자들이 묻고 싶은 말이다.

한참 게르마늄 팔찌를 찬 주검이 누구냐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시청자들은 이제 ‘까불이’ 찾기에 여념이 없다. 화제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KBS2) 이야기다. 까불이는 극 중 연쇄살인마의 별명인데, 1회부터 주인공 동백을 노리는 인물이다. 까불이가 동백이 운영하는 음식점에도 다녀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미뤄 시청자들은 노규태, 박흥식, 흥식의 아버지, 변 소장 등 주변 사람들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그야말로 시청자들이 까불이 찾는 탐정이 된 모양새다. 한 누리꾼은 수상한 건물의 창문에 ‘옹산운수 빠른 화물’이라고 적힌 점을 들어 “1회 동백의 이삿짐을 실어 나르던 트럭 운전사”라는 그럴싸한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동백꽃 필 무렵>. 한국방송2 제공

시청자들의 추리가 논리적일수록 진땀 나는 건 까불이가 아니라 제작진이다. 극에서 밝혀지기 전에 정체가 노출되면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에 매 순간 스포일러와의 사투를 벌인다. 대본을 인터넷 파일로 공유하지 않고 대본집으로 만들어 나눠주는 것은 기본이다. <동백꽃 필 무렵> 관계자는 “보통은 대본을 인터넷 스태프 카페에 올려두는데 스포일러 방지 때문에 대본집으로만 나눠준다”고 말했다. 대본이 다 나왔음에도 일부러 쪽대본을 준다는 풍문까지 떠돌았을 정도다. 이 관계자는 “배우들이 연기를 해야 하니 쪽대본으로 줄 수는 없지만, 그 이상으로 스포일러 방지에 각별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도 까불이의 정체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예상하는 그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끝까지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브이아이피>. 에스비에스 제공

시청자들은 지금 ‘까불이’만 찾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 티브이와 스크린 곳곳에서 ‘스포일러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몇년 전부터 복합 장르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멜로에도 추리를 섞는 식의 시도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에스비에스>(SBS) 월화드라마 <브이아이피>(VIP)는 지금 ‘불륜녀’를 찾으려는 시청자와 보호하려는 제작진의 전쟁이 한창이다. 이 드라마는 1회 주인공 나정선(장나라)이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어요’라는 익명의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제작진은 팀원인 이현아(이청아), 송미나(곽선영), 온유리(표예진)를 모두 의심스럽게 비추고, 시청자들은 여러 근거를 들어 추측을 내놓는다.

<동백꽃 필 무렵>. 한국방송2 제공

한국을 넘어 북미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는 <기생충>도 앞서 스포일러 전쟁을 치렀다. 봉준호 감독이 기자들에게 스포일러 방지를 당부하는 자필 편지를 나눠준 이야기는 유명하다. 사실 이 작품은 섭외 단계에서부터 스포일러 방지에 안간힘을 썼다. 보통 출연 제안을 하며 시나리오를 전달하는데, <기생충>은 사전에 나눠주지 않았다. <기생충>에 출연한 한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감독과 배우 미팅 전, 소속사 쪽 사람이 영화사에 가서 대본을 다 읽고 나와 배우에게 내용을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대본을 읽는 방에 들어갈 때는 휴대폰을 두고 가야 했고,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명도 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시사(정식 시사회 전 관계자들만 참석하는 시사)를 하면 누가 봤는지 이름을 다 기록했다”고 말했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늘면서 내용 유출에 신경 쓰는 분위기는 더 퍼졌다. 지난해 방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티브이엔)은 각 배우에게 대본을 회당 두권씩만 나눠줬다. 배우가 한권을 갖고 다른 한권으로 그 배우의 스태프들이 돌려봤다. 이 드라마 관계자는 “보통은 헤어·메이크업 담당, 매니저, 배우, 소속사 홍보팀 등 여러명에게 각각 한권씩 나눠준다. 장면마다 체크해 의상 변화를 확인하고 홍보팀은 마케팅 전략 등을 미리 구상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내용 유출을 각별히 신경 쓰는 분위기가 드라마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어서 놀라웠다”고 말했다.

<기생충>.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요즘은 스포일러 우려가 있는 회차는 촬영이 임박해 대본을 나눠주기도 한다. 신신당부해도 누군가는 약속을 어긴다.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제이티비시)은 내용이 사전에 유출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래서 유출될 때를 대비해 경로를 찾으려고 대본에 배우의 이름을 워터마크(복제 방지 기술)로 새겨놓기도 한다. <스카이 캐슬>뿐 아니라, <미스터 션샤인>도 워터마크를 찍었다. 그럼에도 “비밀은 없더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특히 배우들 스스로 말하고 다니기도 한단다. 지난 4월 개봉한 외국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감독이 배우들 입에서 새는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배우들에게 본인이 출연하는 분량의 시나리오만 건넨 것은 유명하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8&aid=000247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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