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 실명제 계속 시행”…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
투표 때까지만 하려다 유지키로
“책임감 갖고 쓰도록, 사회 요구 부응”
진보네트워크 “시장 지위 힙입어
표현의 자유 수위 악영향” 지적도
네이버가 21대 총선 뒤에도 ‘댓글 실명제’를 유지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애초 총선 투표가 종료되는 15일 오후 6시까지만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으나 정책을 바꿨다. 댓글 실명제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본인 확인(실명 확인)을 거쳐야 댓글을 쓰고 공감 표시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가 사실상 댓글 실명제 상시 도입에 앞장선 셈이어서, 자칫 시장 지위에 힘입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는 갑작스런 정책 변경의 배경과 관련해, “지난 13일 기준으로 이용자의 96%가 본인 확인을 받았다. 유지해도 대상이 남은 4% 뿐이어서 역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법과 상관없는 회사의 정책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드루킹 사건 이후 각종 음모가 난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이나 게이트’ 설까지 나오며 국적 확인 주장도 나오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댓글을 쓰도록 해야 한다’는 사회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 본인 확인 절차를 유지하기로 했다. 익명성 요구 역시 외면할 수 없어, 아이디(ID·사용자이름) 일부 공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공직선거법 82조 6항에 따라 지난 2일 0시부터 본인 확인을 거쳐야 댓글 작성과 공감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오고 있다. 당시 네이버는 이런 사실을 공지하면서 “선거가 끝나는 15일 오후 6시 원래(본인 확인 절차 없이도 댓글 작성과 공감 표시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인 확인을 받은 상태에서 댓글을 쓰도록 하는 댓글 실명제는 악성 댓글을 막는 수단으로 꼽혀왔다. 같은 개념의 ‘인터넷 실명제’의 경우, 2007년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이하 망법)을 통해 도입됐다가 시민단체들의 반발과 위헌 판결을 받아 2012년 폐지됐으나, 공직선거법에서는 유지돼 왔다. 이후 보수 정당·언론을 중심으로 망법에 이를 다시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위헌 심판을 받은 사안이라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2018년에도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망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이에 맞서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오픈넷 등 시민단체들은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정면으로 위배돼 헌재 결정을 무력화하고,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네이버의 이용자 본인 확인은 국가가 시켜서 하는 조치가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도입한 것이어서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악성 댓글 차단을 위해선 댓글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누리꾼들도 많다. 하지만 우려스런 대목도 있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 취지에서 알 수 있듯, 댓글 실명제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더군다나 네이버가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라는 점은 또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네이버의 시장 내 지위로 볼 때 표현의 자유 수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네이버가 개인정보 정책과 포털 운용 철학에 따라 도입하겠다고 하면 반대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네이버의 정책 변화와 관련해 “네이버는 그동안 표현의 자유와 기존 서비스 유지 등에서 고집스럽게 이용자 눈높이에서의 원칙을 강조해왔는데, 이번에는 사업자 눈높이에서의 효율성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카카오는 애초 발표대로 총선 투표가 끝난 15일 오후 6시부터는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댓글을 쓸 수 있도록 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8&aid=0002493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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