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에서 편의점, 주차장까지 무인기기시스템 확산 
 “이용 방법 좀 알려주면 안 되나” “키오스크 세금 걷자” 의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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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교육용 키오스크를 자체 개발해 노인 대상 디지털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어휴, 이걸 어떻게 쓰는 거야~”

지난달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려던 직장인 오모(30)씨는 김포공항에 들어서자마자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짐을 들고 발권대로 향하던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셀프체크인 기계에서 티켓을 끊어와야 한다”는 안내 문구였어요. 요즘 김포공항에선 흔한 일이라고 하죠? 셀프체크인 기계에서 발권하고, 짐만 따로 부치는 체계 말이에요.

 

셀프체크인 기계 앞에서 오씨는 머리를 맞대고 씨름을 하고 있던 중년 여성 3명을 마주쳤는데요.

 

‘기계로 표 끊는 게 어려운 가’ 생각하던 오씨는 자신의 차례가 오자 이 중년 여성 3명이 왜 쩔쩔맸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합니다. 사용법도 생소하고 기계 오류도 많아 불편했기 때문인데요. 그는 “30대인 나도 헷갈리는데, 어르신들은 오죽하겠냐”라고 말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 기계 말고 점원에게 음식 추천을 받았어~” 

나중엔 이런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어요.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는 도입된 지 오래입니다.

 

키오스크로만 주문 받는 일반 식당도 번화가 맛집을 중심으로 늘어났고요. 주차비용 정산, 티켓 발권, 커피 주문, 은행 업무, 택배 발송, 편의점 등 키오스크는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야금야금 인간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기계 사용이 익숙한 2030세대도 아직 키오스크와는 어색한 사이인데, 기계 자체가 어색한 중장년층, 노인층은 얼마나 힘이 들겠어요.

 

유튜브에서 큰 사랑을 받고 계신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는 올해 초 직접 한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키오스크를 쓰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우리 막례 할머니도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다가 “안 먹을래”라고 하셔서 구독자들이 얼마나 마음 아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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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박막례 할머니 캡처

또 휠체어를 타야 하는 사람들한테는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화면 높이가 너무 높아 이용하기 힘든 경우도 있고요.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이나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노년층도 키오스크 앞에선 무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키오스크를 도입한 매장 직원들이 너무 불친절해서 불만스럽다”는 글이 지난달 초 올라와 주목 받았는데요. “사용법을 물어봐도 귀찮아하며 불친절하게 응대하는 직원들이 많고, 어르신들이 카운터에서 물어봐도 키오스크로 돌려보내기만 해서 불편하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이 글에 누리꾼들은 “물어보려고 해도 듣지도 않고 키오스크만 쓰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탐****), “서비스가 줄었으면 물건 가격이라도 깎아야 하는 게 아니냐”(냇**)라고 꼬집었어요. 키오스크를 동료로 맞은 노동자를 위로하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한 누리꾼은 “키오스크 도입해서 아르바이트생을 줄였는데, 키오스크 안내까지 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직원을 욕할 게 아니라 키오스크 도입에만 급급한 기업을 탓해야 한다”(어****)고 지적했습니다.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확장 추세도 꺾이지 않는 무인기기 시스템. 이미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죠? 손님이 직접 카트에서 물건을 꺼내 바코드를 찍으며 계산을 하면 되는 건데요. 그나마 마트의 경우엔 계산대에 사람이 덜 몰리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만큼 사람을 덜 고용하게 된다는 점도 있어요. 결국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은 셈입니다.

 

 ◆“사람 대신 로봇 쓸 거면, 세금이라도 내든지!” 

이런 주장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2016년부터 로봇세를 검토하자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유럽연합(EU) 의회는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 로봇을 가진 사람들에 세금을 내는 방법 등으로 사회보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이 세금을 인간의 실직 보호 장치 마련에 쓴다는 계산인 거죠. 비록 보고서 채택은 반대에 부딪혀 채택되진 않았지만, ‘로봇세’, ‘키오스크세’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설립자 빌게이츠가 로봇세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면서 주목을 받았죠. 빌게이츠는 2017년 쿼츠(QUARTZ)와 인터뷰에서 “소득세 수준의 세금을 로봇 사용자에게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로봇으로 인한 실직한 이들이 로봇세를 활용한 재교육을 통해 사회 복지나 교육 등 다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리입니다.

 

반대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키오스크가 적용되는 분야가 확산하는 것이 단순히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로봇 기술 발달의 산물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보조금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인간이 하기에 위험하거나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업무 같은 곳에는 로봇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고요. 공항이나 식당 키오스크에 앞서 보편화한 은행 자동금융거래단말기(ATM)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으면서 뒤늦게 키오스크만 갖고 세금을 매기네, 마네 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발전하는 것도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평범한 다수의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도 이뤄진다면 더욱 좋겠네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227158609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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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에서 편의점, 주차장까지 무인기기시스템 확산“이용 방법 좀 알려주면 안 되나” “키오스크 세금 걷자” 의견 봇물 서울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교육용 키오스크를 자체 개발해 노인 대상 디지털 교육..
img_read.php?url=MzJYOVRXR3NCMEt4R2hIL1o한국일보 / 201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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