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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 감독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그간 국내 영화감독이 해외 영화제에서 선전할 때마다 정부는 ‘공식적’인 축전을 보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로 수상 쾌거에 대한 축하와 의미를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식이다. 특히 감독상이나 작품상 수상은 ‘하늘의 별따기’ 같은 수고로 여겨지기에 축전의 의미는 축하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기회를 통해 한국 영화 산업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고 더 많은 ‘지속 가능한’ 예비 감독의 토양을 가꾸는 데 정부가 동의하고 협력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임권택, 김기덕, 봉준호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이름을 남긴 감독들에게 문체부는 예외 없이 공식 축전을 24시간 안에 완성해 뿌렸다.

홍상수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은곰상) 수상이라는 낭보가 날아들었을 때, 문체부도 축전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준비가 시작부터 이상하게 흘러갔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1일, 문체부 관계자는 “금곰상이 아닌 은곰상인데…” 머뭇거리다 축전 여부를 확인한 뒤 “2일 오전에 보도자료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오전, 축전 상황을 묻자 “거의 완성돼서 곧 나갈 것”이라고 답변을 되풀이했다. 3일 오전 ‘자료가 안 왔다’고 하자, “내부 협의에서 안 내보내기로 했다”고 최종적으로 말했다.

수상 쾌거에 입장을 밝히려고 했으나 눈치 보기 싸움 끝에 축전을 포기한 셈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장관 명의로 내보냈을 경우 (홍 감독의 사생활) 여론이 안 좋아질 것 같아 최종 보류된 측면이 있다”며 “그래도 홍상수 감독 개인에겐 축전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치적 평가는 이미 언론에서 다 다뤘는데, 굳이 장관이 축전을 보내 욕먹을 일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축전은 또 엉뚱하게 흘러갔다. 박양우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 축사가 나오면서 본의 아니게 ‘공식적인 축사’로 퍼졌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내부 소통에 혼선이 빚어진 것 같다”면서 “‘공식적인 보도자료’는 뿌리지 않는다는 게 공식적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문체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영화계에선 “여론 눈치만 보는 한심한 행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홍상수 감독이 불륜상을 받았느냐”며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공식적’인 축전을 보내지 않는 건 욕 먹어야 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문체부의 ‘머뭇거림’이 이해되려면 베를린 영화제의 초청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야 하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며 “사생활과 관계 없이 이는 공적으로 축하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영화감독 중 봉준호는 플롯을 버리지 않으면서 장르적 스타일을 추구하는 감독이고, 홍상수는 플롯을 해체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전 평론가는 “홍 감독의 이번 수상은 50세가 넘으면 떠나는 한국 감독의 기울기에서 건재함과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필름 메이킹 측면에서도 (따라하기 힘든) 봉준호보다 홍상수가 역할 모델에서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생활로) 홍상수 감독을 싫어할 수는 있겠지만, ‘공식 축전’은 내규에 따른 공무 수행의 일부분인데 여론이 무서워 갈팡질팡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관계자는 “겉으로는 영화 산업의 협력자인 것처럼 개방적 태도를 보이는 정부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행태롤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하다”며 “공무 수행에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감희(김민희)를 따라간다. 홍상수 감독이 배우 김민희와 7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며, 김민희 외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한다.

아내와의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홍 감독은 김민희는 지난 2017년 연인 관계를 인정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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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문체부, 홍상수 감독 축전 결국 여론 눈치보다 ‘공식축전´ 포기…디지털 축전은 공개 ´혼선´] 그간 국내 영화감독이 해외 영화제에서 선전할 때마다 정부는 ‘공식적’인 축전을 보냈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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