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병원, 수상한 고양이 실험] 농장에서 구입한 실험묘?

[김보경 <셜록>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이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고양이를 동물실험에 이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실험묘들을 "고양이 장수한테서 사왔다"는 서울대학교병원 내부 증언까지 나와, 유기·유실묘로 불법 실험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지난 3월 27일 조승래 의원실(대전 유성구갑,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소속 A교수는 실험묘들을 정식 실험동물공급업체가 아닌 곳에서 공급받고, 동물실험계획서에는 사실과 다르게 꼼수로 기재했다.

A교수는 2015년 8월부터 3년간 실험묘를 대상으로 '인공와우이식기를 통한 대뇌청각피질 자극 모델' 연구를 시작했다. 실험은 고양이 왼쪽 귀 뒤편에 약물을 주입해 기능을 잃게 한 후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를 이식해 청력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는 난청 환자가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력이 나아지지 않을 때 주로 이식받는 의료기기다.

고양이는 주로 '감각 시스템과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동물실험 모델로 사용된다. 고양이는 균형 감각 및 공간 인식이 탁월해 의학 분야에선 상당히 중요한 동물이다. 실제 고양이의 뛰어난 청각은 미국에서도 인공와우를 개발하는 연구에 많이 활용됐다.

국내에선 '고양이 실험'이 이례적인 편이다. 2018년 기준 동물실험에 사용된 실험동물 약 370만 마리 중 84.1%가 설치류다. 같은 해 실험동물로 사용된 고양이는 406마리. 이 중 고양이 6마리가 서울대학병원 A교수 연구팀에서 실험동물로 활용됐다.

서울대학병원은 실험묘 6마리를 어디서 데려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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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1월 24일, 서울대학병원 실험묘 코리안 숏컷의 '회색이'(왼쪽)와 '초록이' 2ⓒ 셜록

 

A교수 연구팀 출신 공익제보자인 이도희(가명) 씨는 "연구원 B씨가 A교수 책임 아래 실험묘 6마리를 고양이 장수한테 사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그 근거로 실험묘 6마리 사진과 네임택을 제시했다.

이 씨는 "품종묘인 페르시안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리안 숏컷이 함께 실험묘로 섞여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동물생산업자들은 품종묘에 비해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리안 숏컷은 상대적으로 상품 가치가 떨어져 거의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승래 의원실이 제공한 '검수기록지'에 따르면, 고양이를 반입한 출처는 'CJ farm(개인반입)'. 여기서 CJ는 유명 대기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CJ farm'은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하며, 담당자(판매자) 이름의 이니셜(KCJ)을 따온 표기다. '개인반입'은 실험동물 반입에 필요한 비용을 연구자가 직접 처리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연구팀이 실험동물 생산·판매업체를 선택한 경우에도 전임상실험부를 거쳐 반입을 해야한다. 전임상실험부에서 해당 실험동물이 실험에 사용하기 적당한 수준인지 파악한 후 반입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주로 고양이, 염소와 같이 실험동물로서 생산·공급되지 않은 동물이나 외국 수입 동물, 유전자동물 등의 반입이 개인반입에 해당된다.

서울대학교병원도 "고양이 실험동물공급업체 농장은 'CJ farm'"이라고 기자에게 밝혔다. 사실상 'CJ Farm'은 개인 농장이다.

기자는 경기도 파주시에 고양이를 판매하는 생산업체(농장)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파주시청에 문의를 해봤다. 파주시 농축산과 가축방역팀 주무관 B씨는 "파주시 내에 반려동물생산업 중 고양이를 취급하는 업체는 없다"고 밝혔다.

개,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생산하는 반려동물생산업자는 해당 지역 관할청에 허가를 받아야한다. 'CJ farm'이 존재한다면, 시에 등록이 안 된 '불법 농장'일 확률이 상당하다.

 

A교수 연구팀은 실험묘 반입처가 '농장'이지만, 판매자 영문 이니셜로 표기하면서 마치 정식 실험동물공급업체인 마냥 눈속임했다.

원칙상 동물실험시설은 '실험동물공급자'한테 실험동물을 공급받아야 한다.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제9조(실험동물의 사용 등) 제1항에 따르면, 동물실험시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경우 실험동물공급자한테 실험동물을 공급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실험동물공급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실험동물'은 기니피그, 마우스, 랫트, 개 등 총 9종에 그쳐 고양이를 포함하지 않는다. 즉, 국내에는 고양이를 실험동물용으로 공급하는 정식 실험동물공급자가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논란은 실습묘의 불분명한 출처로 이어진다. 만약 서울대학교병원이 'CJ farm'(농장)에서 구입한 실험묘가 유기·유실묘(길고양이 포함)였을 경우, 이는 동물보호법 제24조 위반에 해당한다. 동물보호법은 유실·유기동물(보호조치 중인 동물을 포함)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금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이 씨가 제시한 실험묘의 사진을 살폈을 때 "고양이 장수가 자체적으로 고양이를 번식해서 일괄적으로 공급한 게 아닌 여기저기서 수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고양이 장수’가 집단생활이 어려운 고양이를 실험동물용으로 사육하는 건 엄청난 인건비와 관리비 때문에 무척 힘듭니다. 그러면 조금 더 쉬운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신분증만 있으면 유기동물보호소에 가서 얼마든지 유기묘를 입양할 수 있습니다. 더 쉽게 생각한다면, 길고양이를 직접 포획할 수도 거고요."


실험동물의 출처는 동물실험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각 동물 개체의 유전적 차이나 질병에 따라 같은 실험에서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 실험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규격화된 개체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실험동물공급업자가 없는 고양이의 경우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일각에서는 "실험동물 생산·공급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고양이의 경우 실험 공급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도 실험묘의 출처가 유기·유실묘일 가능성이 희박한 곳에서 공급을 받도록 노력하는 게 정상적인 과정이다.

<셜록>은 지난 3월 31일 서울대학병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원회)에 "출처가 불분명한 고양이를 실험동물로 활용했다는 걸 인정하느냐"고 질문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해당 기관 내에서 수행되는 동물실험 연구과제에 대한 심의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윤리위원회는 "동물실험시설 3인(수의사 2인과 사육담당자)이 연구자가 소개한 실험동물공급업체 농장(CJ farm 지칭)에 2014년 5월 28일 현장실사를 해 고양이 사육을 확인했고, 반입시 전임상실험부에서 출처와 상태를 검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리위원회는 "해당 건은 CJ farm(개인반입)으로 실제 구매되었으나 거래명세표의 관리는 연구자 소관 사항으로 우리가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장실사 날짜까지 특정한 윤리위원회의 구체적인 반론 사실일까?

<셜록>은 4월 23일 파주시청에 다시 사실 확인을 했다. 파주시 농축산과 가축방역팀 주무관 C씨는 이렇게 답했다.
 

"2014년 당시 파주시 내에 반려동물생산업 중 고양이를 취급하는 업체는 없었습니다. 제가 1900년대 이후 등록된 업체 모두 검색해보았지만, ‘CJ farm’으로 등록하거나 허가받은 업체는 없었습니다. "


"전임상실험부에서 실험묘의 출처와 상태를 검수 확인했다"는 서울대학교병원 측의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정작 서울대학교병원 측은 실험묘의 주령(나이)과 생일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검수기록지상 실험묘 6마리의 주령(나이)과 생일은 '미상', '추정'이라고 써있거나, 빈칸으로 남겨져 있다.

또한 실험묘 6마리 중 3마리는 현장실사(2014년 5월 28일)가 이뤄지기 이전인 2013년 12월, 2014년 3월, 2014년 4월에 각각 반입됐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실험동물시설 기관이 실험동물의 주령(나이)과 생일을 모르는 건 실험동물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걸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출처가 불분명한 실험동물은 동일한 실험을 반복해도 동일한 결과가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면서 "결국 실험의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믿을 수 없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병원이 실험묘 반입처의 주소지를 의도적으로 감춘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익제보자 이 씨는 "서울대학병원 전임상실험부 소속 수의사 2명이 'CJ Farm'을 현장실사 했는데, 반입처 주소를 모를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씨는 "전임상실험부의 검수를 거치는 실험동물 반입 시스템상 전임상실험부도 실험묘 출처 논란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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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병원 실험묘 6마리.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흰둥이, 할배, 일찐이, 노랭이, 회색이, 초록이. ⓒ 비글구조네트워크

 

기자는 3월 31일, 4월 13일 두 차례에 걸쳐 총 연구책임자인 A교수에게 서면으로 반론을 요청했다. A교수는 계속 미루다 4월 23일 오전에야 서면으로 답했다.

A교수는 "동물 구입에는 불법성은 없다. 구입 시 고양이를 사육하고 생상하는 농장에서 직접 구입했고 모두 다 기억나진 않지만 거래명세서를 요구해 받았던 적도 있다"면서 "현재 서류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A교수는 고양이 가격에 대해선 "대략 마리당 10만~15만 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기자는 A교수로부터 'CJ farm' 판매자 K씨의 연락처를 받아 그의 반론도 들었다.

기자가 "유기·유실묘나 길고양이를 포획해 서울대학병원에 공급하진 않았느냐"고 묻자 K씨는 "쥐 때문에 주위에서 코리안 숏컷을 몇마리 줬는데, 자체 번식을 해서 개체가 늘어난거지 유기묘나 길고양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가 "고양이들의 생일과 나이는 왜 모르냐"고 묻자, K씨는 "내가 고양이들의 생일은 안 적어놨다"면서 "서울대학병원에서도 생일과 나이 기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안했다"고 덧붙였다.

[김보경 <셜록>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02/000213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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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병원, 수상한 고양이 실험] 농장에서 구입한 실험묘? [김보경 <셜록>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이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고양이를 동물실험에 이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실험묘들을 "고양이 장수한테서 사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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