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집어삼킨 네이버 쿠팡도 이베이도 '초록창' 안에…
쿠팡도 이베이도 '초록창' 안에…온라인 쇼핑 집어삼킨 네이버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정혜윤 기자] [편집자주]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어딜까. 로켓배송의 쿠팡도, 국내 1위 e커머스 이베이도 아니다. 바로 검색공룡 네이버다. 네이버는 상품검색부터 가격비교, 간편결제까지 가장 강력한 쇼핑 플랫폼을 구축, 온라인 쇼핑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주요 e커머스업체들도 네이버 가두리 안에서 경쟁을 펼치는 존재로 전락했다. 네이버를 통하지 않으면 장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 자체 스마트스토어(오픈마켓)도 급성장 중이다. 온라인 쇼핑의 최상위 포식자로 부상한 '쇼핑공룡' 네이버를 분석해본다.
[[MT리포트-"쇼핑도 네이버로 통한다" 쇼핑공룡 네이버] (上)]
"쇼핑시장도 접수"…쇼핑본색 드러낸 네이버
작년 최다 결제액 기록…코로나 사태로 'e커머스 춘추전국시대' 평정나서
이승현 디자인기자
"코로나 19(COVID) 확산은 마케팅 수요 감소 측면에서 위기지만, 비대면(언택트) 서비스 활성화 측면에서는 기회 요인으로 보입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기회'를 자신할 수 있던 배경에는 쇼핑 사업의 급성장이 자리잡고 있다. 한 대표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들며 온라인 쇼핑에 대한 니즈가 크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가장 위협적 경쟁자' 네이버…코로나 사태 계기 'e커머스 춘추전국시대' 평정 나서
실제 올 1분기 네이버 쇼핑몰 스마트 스토어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6% 뛰었고, 네이버 페이(간편결제 서비스) 거래액도 46% 늘었다. 지난 3월 스마트 스토어 사용자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유통 업계에선 2012년 '샵N'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에 발을 내디딘 네이버가 e커머스 시장에 대한 의욕을 드러낸 상징적 선언으로 보고 있다.
그간 '독점적 시장 지배력'에 대한 외부 견제로 조용히 사업을 키워온 네이버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e커머스 춘추전국시대' 평정을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섰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온·오프를 막론하고 유통 업체들이 저마다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꼽는 건 쿠팡·이베이코리아나 롯데ON도 아닌 바로 네이버 쇼핑이다.
무엇보다 '국민 검색 포털'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배후 수요를 확보한 게 가장 큰 위협 요소다. 네이버 검색 창에서 상품명만 입력하면 소상공인 제품부터 해외 직구까지 가리지 않고 최저가 순으로 깔끔히 나열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개별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일이 발품을 들이지 않더라도, 한번에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만큼 외부 쇼핑 업체들은 네이버 쇼핑이라는 '최상위 포식자' 주도의 생태계 안에서 불가피하게 '적과의 동침'을 할 수 밖에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쇼핑 검색을 통해 판매가 이뤄질 경우, 고객 데이터와 함께 매출 연동 수수료(2%)를 지불해야 한다. 생태계 밖은 더 위험하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검색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확보와 소상공인 지원이 주목적"이라고 항변한다.
유정수 디자인 기자
◆'온라인 쇼핑 제국' 네이버 영향력 갈수록↑…가장 많은 결제액 기록
갖가지 논란 속에서도 '온라인 쇼핑 제국' 네이버의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결제가 발생한 온라인 서비스는 네이버(20조9249억원)로 추정됐고, 그 뒤를 쿠팡(17조771억원),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가 이었다.
이어 올 1분기 네이버를 통한 결제액은 5조8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급증했고, 특히 지난 3월 네이버 결제 금액은 역대 최대인 2조3000원을 기록했다. 와이즈앱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네이버 쇼핑 등 이용자가 급증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쇼핑 사업은 네이버 주가에 '호재'로 인식된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쇼핑과 페이 거래액 성장세는 이번 올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네이버 목표 주가를 기존 24만원에서 28만원으로 상향 조정키도 했다.
◆네이버 페이 엄호 사격에 '유료회원제'·'빠른 배송'·'라이브 커머스' 新무기 탑재
네이버 쇼핑을 엄호 사격해 주는 강력한 무기는 간편 결제 서비스 '네이버 페이'다. 시너지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5만원 이상 충전 1.5%를 즉시 적립해 주는 서비스로 많은 고객을 유인했다.
올 들어 비장의 무기도 계속 추가 탑재하고 있다. 지난 3월 CJ제일제당 등 제조업 대기업이나 특정 브랜드가 직접 입점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어'까지 도입했다.
쿠팡(로켓배송) 등 경쟁자에 비해 '빠른 배송' 부재가 상대적 약점으로 지목되자, 국내 최대 택배업체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일괄물류서비스) 시스템을 활용키로 했다.
LG생활건강 등 브랜드 스토어에 입점한 제품을 24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쇼핑 트렌드인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한 네이버 셀렉티브 등 새로운 시도에도 적극적이다.
결정타는 다음달 선보일 유료 회원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다. 가입시 네이버 쇼핑·웹툰·예약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네이버 페이로 결제하면 최대 5%를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미국 최대 e커머스 업체 아마존의 유료 회원제 '아마존 프라임'과 비슷해 네이버가 '한국판 아마존' 사수 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가 국내 최대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선물하기 등 '톡비즈' 사업을 키우고, 구글도 쇼핑 서비스를 무료로 개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e커머스 업계의 경계없는 전쟁은 더 확전될 공산이 크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의 매각설이 도는 것도 "네이버가 더 들어오기 전에 빠지자"는 속내가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쇼핑은 막대한 수수료와 광고 수익도 누리지만, 누적된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기술)를 통해 수익 모델을 무한 확장할 수 있다는 게 무섭다"며 "네이버의 시장 장악은 사실 시간 문제로, 지금 추세라면 별도 규제가 없는 한 기존 e커머스 업체들의 종속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장시복 기자
네이버는 어떻게 '쇼핑'까지 장악했나
가격 비교에서 시작, 수수료 0원 '스마트스토어'까지
'가격비교' 네이버 쇼핑의 시작은 미미했다. 검색 플랫폼으로서 상품 가격을 비교하고 온라인몰과 연결해주는 단순한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창대하다. 네이버 쇼핑은 그간 다양한 쇼핑관련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며 입지를 확대해왔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결제액 기준 1위에 올라섰다.
◆'가격 비교'로 출발
네이버가 쇼핑에 첫 발을 들인건 2000년 9월 오픈한 '쇼핑에이전트 가격 비교' 서비스였다. 포털 업계 최초 지능형 검색 로봇이 상품 가격, 결제조건, 배송료 등의 정보를 비교해주는 서비스였다.
2003년 쇼핑 지식 검색뿐 아니라 가격비교, 안전구매까지 한번에 지원하는 '네이버 지식 쇼핑'이 문을 열었다. 주요 홈쇼핑 업체와 손잡고 인터넷 전용 동영상 상품 정보를 제공한 '쇼핑TV'는 2008년 오픈했다.
◆오픈마켓 '샵N' → 입점 수수료 0원 '스토어팜' → '스마트스토어'까지
2012년은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쇼핑에 관여한 때다. 네이버는 판매자가 자신의 상점을 직접 개설하고 상품정보를 등록한 후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형 서비스 '샵N'을 오픈했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업 형태의 오픈마켓 업체들은 네이버의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표출하며 반발했다. 검색 사업자가 판매사업까지 하면서 보폭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결국 2014년 샵N을 철수했지만,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입점 수수료가 '0원'인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이었다. 네이버는 "판매 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과 달리 스토어팜은 누구나 무료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구조가 다르다"고 강조했지만 이를 기반으로 점차 온라인쇼핑의 우위를 점령해 갔다.
이후 네이버는 2~3년간의 안정화기간을 거친후 2018년 스토어팜을 데이터 통계, 모바일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스토어'로 개편하면서 쇼핑 기능을 키워갔다.
◆쿠팡·이베이 제친 네이버
/사진제공=와이즈앱
네이버 쇼핑은 무섭게 성장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네이버가 국내 온라인 쇼핑 결제액 1위(20조9249억원)를 차지하면서 쿠팡(17조771억원),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 등을 앞섰다.
물론 네이버는 결제액이 모두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스마트스토어는 수수료가 없고, 네이버쇼핑(상품검색 및 가격비교) 입점 수수료 2%, 가격비교를 통한 광고 등으로 수익을 얻는다. 10~20% 수수료나 직매·직판을 통해 수익을 얻는 다른 e커머스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지만 결제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수익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코로나19(COVID-19)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네이버는 1분기 온라인 쇼핑 수요 증대로 스마트스토어 거래액(56%)이 늘면서 비즈니스플랫폼 관련 매출이 전년대비 12% 증가했다.
향후 성장전망은 더 밝다. 네이버쇼핑의 가장 큰 강점은 빅데이터, 딥러닝 등 AI(인공지능) 기술을 쇼핑과 연계시킬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e커머스업계뿐 아니라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까지 네이버가 가장 위협적이라고 꼽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5121608285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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