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아픈 손가락' 휴대폰 사업 재건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다음달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매스(대중화) 프리미엄' 스마트폰 이름을 'LG 벨벳(VELVET)'으로 결정하고 12일 렌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으로선 선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의 지시로 2012년 출시한 'G시리즈'와 그 이후 선보인 'V시리즈' 브랜드를 모두 포기한 결단이다. 개별 제품의 특징을 딴 네이밍(명명) 전략으로 LG 스마트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초콜릿폰'과 '프라다폰'의 옛 영광을 재현하려는 승부수로 읽힌다.

물방울폰 이름은 'LG 벨벳'…100만원 아래로 판다

'벨벳’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개성 등 제품 특징을 직접 표현한 작명이다. LG전자는 "벨벳이 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처럼 신제품의 세련된 디자인이 고객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독창적인 이름만큼이나 벨벳의 외관 디자인 혁신에도 무게를 뒀다. 기존 LG전자 스마트폰에서 볼 수 없던 완전히 다른 외관이 돋보인다. '물방울 카메라'와 '대칭형 타원'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인덕션을 닮은 후면 카메라 모듈 대신 카메라 3개와 플래시가 물방울이 떨어지듯 배치된 카메라 디자인을 적용했다.

 

또 다른 차별화 요소는 '3D 아크 디자인'이다. LG전자 최초로 디스플레이와 후면 양 끝을 완만하게 구부린 디자인을 채택했다. 삼성전자 '엣지' 디스플레이를 떠올리면 쉽다. 제품을 아래쪽에서 보면 가로로 긴 타원형 모양이 된다.

 

가격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80만원 대에 판매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5G(5세대 이동통신) 대중화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 IT 매체 등에 따르면, 벨벳은 엣지 형태의 풀H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최신 칩셋은 아니지만 퀄컴 스냅드래곤 765를 적용하고, 배터리는 4000㎃h(밀리암페어시)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사양과 가격 등은 추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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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벨벳 렌더링 이미지 / 사진제공=외부

 

G·V시리즈 '역사 속으로'…LG 스마트폰 전략 '대수술'

벨벳을 시작으로 LG 스마트폰에 붙던 'G'·'V' 브랜드는 이제 사라진다. G시리즈는 LG 휴대폰 사업이 삼성전자는 물론 팬택에까지 밀리던 2012년 고 구본무 회장이 "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개발하라"는 특별 지시로 탄생한 '옵티머스 G'가 효시다.

 

'회장님폰'으로 불린 옵티머스 G 이후 지난해 출시된 'G8'까지 8년 동안 명맥을 이어왔으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LG전자가 해외 시장을 겨냥해 최근 내놓은 'V60'을 마지막으로 V시리즈도 버린다. 앞으로 출시할 스마트폰엔 제품 고유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해 소비자 이해도와 친숙함을 높이는 개별 브랜드 전략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전략 변화는 지난해 11월 권봉석 CEO(최고경영자)와 이연모 MC사업본부장(부사장) 취임 이후 본격화하고 있다. 5G 대중화에 맞춰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의 글로벌 출하량을 끌어올리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조업자개발생산(ODM)·합작개발생산(JDM)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브랜드 전략 대수술도 그 연장선이다.

 

선봉엔 권봉석 CEO…'가전' 성공 경험 '스마트폰' 이식

휴대폰 명가 재건과 옛 영광 재현의 선봉엔 권봉석 사장이 있다. 권 사장은 2012~2013년 MC사업본부 2인자인 상품기획그룹장(전무)을 지냈다. 당시 LG전자 MC사업본부는 스마트폰 전환 시기를 놓치면서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초콜릿폰과 프라다폰의 성공 신화에 젖어 있었다.

 

초콜릿폰처럼 한 방만 터지면 된다는 분위기에 제동을 건 게 바로 권 사장이었다. 해법은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었다. 권 사장의 주도로 2013년, 2014년에 각각 출시된 전략스마트폰 G2와 G3는 각각 700만대, 1000만대 이상 팔려 나갔다. 길게 지속되진 않았으나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이 부활을 알렸던 시절이었다.

 

LG전자 안팎에선 권 사장의 강점을 '선택과 집중'에서 찾는다. "포기할 것과 파고들 것을 족집게처럼 알아낸다"는 평가가 많다. 권 사장이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를 이끌었던 2014~2018년 LG전자의 TV사업 영업이익률은 10%대로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시장 경쟁이 격화한 커브드 TV를 과감하게 접고 LG전자의 주력이 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 TV에 올인하기 시작한 게 이때쯤이다.

 

2015년 573억원에 불과했던 HE사업본부 영업이익은 권 사장이 HE사업본부를 떠나기 직전인 2018년 1조5185억원으로 늘었다. 권 사장이 LG전자의 사령탑으로 올라선 후 G시리즈와 V시리즈를 버리고 새로운 브랜트 콘센트를 내세운 데에도 이런 신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권 사장은 올해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 적자 상태인 MC사업본부의 흑자 전환이 내년에는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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