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PC업계, 불황 속 호황
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국내 PC, IT기기 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서 3월 한달 간 판매된 PC품목 매출액은 지난 2월에 비해 약 15%늘었다. 6일 서울 강남구 롯데하이마트 대치점에서 소비자가 노트북을 살펴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PC 수요가 급증하며 '공급 부족' 사태가 현실화했다. 온라인 개학, 재택 근무 영향으로 PC 주문이 몰리지만 부품 구하기가 어렵고 중국 공장도 정상이 아니어서 납기 맞추기가 어렵다. PC업계는 모처럼 찾아온 '불황 속 호황'의 불씨가 꺼지지나 않을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자랜드는 3월 PC 판매량이 전월 대비 40%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온라인 개학, 재택 근무 등의 영향으로 노트북에 이어 태블릿PC·주변기기 등의 판매량도 덩달아 뛰었다. 롯데하이마트도 2월 대비 3월 노트북 매출액이 20% 증가했다. 데스크톱은 15% 늘었다.
온라인에선 더 극적 변화가 나타났다. 다나와에선 3월 셋째 주 노트북 판매량이 전월 대비 52% 증가했다. 1분기 조립PC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뛰었다. 이 회사의 3월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는 물론 에이수스(ASUS) 등 해외 업체들의 판매량도 늘고 있다. 온라인 강의와 영상회의에 필요한 웹캠 수요도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체로 3월 개학을 앞두고 2월에 PC 판매량이 집중되는데 올해는 온라인 개학이 4월로 미뤄지면서 PC 수요가 3월에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초·중·고등학교는 이달 9일부터 월말까지 순차 온라인 개학한다. 여기에 재택 근무 수요까지 겹치면서 3월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PC 가운데 중저가 제품 판매량이 늘어난 점이 주목된다. 다나와에서는 직전까지 150만원대 제품이 가장 많이 팔렸지만 온라인 개학이 확정된 이후 50만원 이하 아이디어패드 제품이 많이 팔렸다. 다자녀 가구에서는 기존 보유 PC 외에 추가 구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고가 제품 구매가 어려울 공산이 크다.
PC 제조사도 전통의 아카데미 마케팅에 더해 온라인 학습에 적합한 중저가 제품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다나와 관계자는 “온라인 개학과 재택 근무 증가가 PC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급하게 중저가 제품을 구입한 사람이 급증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고 있다. 특히 국내 PC 제조사 공장이 대부분 중국에 있고, 부품도 중국 업체 의존도가 높아 완제품 공급이 수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중국 현지 공장 가동이 정상을 회복하지 못한 탓이다. 더욱이 반도체칩저장장치(SSD) 등 핵심 부품 가격의 상승까지 겹치며 PC 공급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PC 제조사는 예약 주문을 받은 뒤 완제품이 확보되면 배송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완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예약 주문을 먼저 처리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PC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455만대이던 국내 PC 시장은 새로운 수요처가 등장하면서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PC 제조사 관계자는 “중국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지 않아 부품과 완제품 공급이 원활치 않다”면서 “예약 후 실제 제품 수령까지 최대 1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