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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스포츠서울 이동현통신원·김현기기자]주춤할 때도 제 몫은 해야 ‘월드클래스’다.

그런 면에서 손흥민(27·토트넘)의 최근 모습은 ‘월드클래스’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팀이 초반 연속골을 허용, 위기에 빠졌을 때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회생을 도왔다. 결승골 어시스트로 은은하게 빛났다. 손흥민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열린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5차전에서 후반 28분 세르쥬 오리어의 역전 결승포를 도우며 소속팀 토트넘(잉글랜드)의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 홈 경기 4-2 뒤집기 드라마에 힘을 보탰다. 최근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로 토트넘 에이스임을 알렸다. 아울러 세계적인 명장 주제 무리뉴 감독 눈을 계속 사로잡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은은함…손흥민의 기록한 역전 결승포 어시스트

손흥민의 이날 플레이는 두 차례 멀티골로 훨훨 날았던 츠르베나 즈베즈다와 챔피언스리그 3~4차전, 무리뉴 감독에 데뷔전 승리를 안긴 지난 23일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 만큼 번뜩인 것은 아니었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초반 2실점했다. 무리뉴 감독 부임 전 이어졌던 부진의 징조가 다시 그라운드를 엄습했다. 그러자 무리뉴 감독은 전반 중반 수비형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를 빼고, 패스와 프리킥이 좋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집어넣어 빠른 변화를 단행했다. 전반 종료 직전 상대 수비수 실수로 델레 알리가 만회골을 넣어 추격전을 시작한 토트넘은 후반 해리 케인의 멀티골, 오리어의 결승포를 묶어 4-2 대역전극을 펼쳤다. 손흥민은 이 드라마에서 괜찮은 조연을 맡았다. 알리의 크로스 때 가까운 쪽에서 머리로 각도만 살짝 바꾼 것이다. 운이 닿았는지 볼이 오리어의 오른발 앞에 정확히 떨어졌다. 오리어의 발리슛은 6만 관중이 애타게 기다리던 역전골로 완성됐다. 손흥민은 전반 헤더가 골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등 위협적인 슛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결승골을 돕고, 부지런히 수비하는 등 다른 토트넘 선수들이 골을 노릴 때 그들의 뒤를 받치기 위해 노력했다.

◇17경기 9골 6도움…경기당 1에 다가서는 공격포인트

손흥민은 주포지션이 왼쪽 날개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임 감독 시절엔 전방 투톱 중 하나로 뛰기도 했으나 역습을 전술 철학으로 삼고 있는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포지션을 일단 왼쪽 날개로 정해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의 능력을 ‘득점’으로만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2선을 다부지게 뛰어다니며 도움까지 차곡차곡 쌓는 게 이번 시즌 손흥민의 기록이다. 특히 이달 들어 골과 도움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안드레 고메스에게 태클을 범해 레드카드를 받았던(추후 취소) 지난 4일 에버턴전에서도 손흥민은 1도움을 올렸다. 웨스트햄전에선 1골 1도움을 작성했고, 바로 다음 경기인 이번 올림피아코스전에서 어시스트를 하나 추가했다. 그는 이달 4골 3도움으로 5경기에서 모두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셈이 됐다. 시즌 전체로 늘리면 17경기 9골 6도움(15공격포인트)이다. 경기당 평균 공격포인트 갯수가 0.88개로, 점점 1에 다가서는 중이다.

◇UEFA ‘올해의 팀’ 후보까지…손흥민, 이젠 월드클래스다

자신을 중심으로 공격이 돌아갈 땐 폭발적인 득점포로, 헌신해야 하는 날엔 도움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다는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이 지금 손흥민의 모습이다. 지난해 말부터 가속도가 붙은 그의 공격력은 올해 들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득점을 2019년으로만 한정하면 손흥민은 지난 시즌 16~8강 4골을 포함해 총 9골을 기록, ‘신계’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7골)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6골)를 능가하고 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10골·바이에른 뮌헨) 말고는 손흥민을 득점으로 능가하는 공격수가 없다. 이에 더해 경기당 공격포인트가 1개에 육박하는 손흥민의 면모는 이제 그가 ‘월드클래스’ 위치에 손색 없음을 알린다. 마침 손흥민은 지난 26일 UEFA가 선정한 ‘올해의 팀’ 후보 공격수 부문 15명 중 한 명으로 뽑혔다. 지난 달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 선정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인 셈이다. 내달 3일 발롱도르 수상자 발표 때 득표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을 맞았다. 지금의 손흥민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월드클래스’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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